[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윤석열정부가 지난 9월13일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을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고 있던 문화예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보여준 문화정책은 제대로 된 비전이 없었다는 지적에서 이런 반발은 출발합니다.
대표 정책으로 제시 중인 사업들조차 이전 정부에서 해온 사업이거나,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큽니다. 가장 큰 우려와 문제는 현 정부의 문화 정책이 이명박정부와 너무도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문화 정책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화 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를 제시하기보다는 좌파 예술인에 대한 탄압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극단적인 문화 실용주의
더구나 윤석열정부의 문화정책은 이명박정부가 보여준 극단적 실용주의와 닮아 있습니다. 소위 돈이 되는 문화 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정작 문화예술의 기반이 되는 사업은 폐지하거나 축소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문화 정책을 경제적 효과 창출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유인촌 신임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출범과 동시에 문화부 장관에 임명돼 2011년 1월까지 약 3년간 재임한 바 있습니다. 유 후보자는 장관 재임 당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좌편향적인 코드 인사'로 규정하고 사퇴를 종용한 바 있습니다. 이런 입장은 장관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변함이 없음을 드러내 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식 행사에서 이념 논쟁을 펼쳐왔습니다. 지난 1일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지난 8월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잊을 만하면 반공주의와 이념론을 언급했습니다. 이미 윤 대통령은 '윤석열차 사건'으로 대표되는 예술 검열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습니다. 더욱이 이명박정부 당시 유인촌 장관과 같이 블랙리스트를 실행했거나 가담했던 이들이 현 정부의 문화 권력 요직에 복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이명박정부와 유사성을 띠고 있는 만큼 유인촌 장관 내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
문화예술계는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어왔습니다. 때문에 블랙리스트 사태 출발점인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유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당시 실행했다면서 이번 문체부 장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20일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들은 서울 경복궁 인근 유인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소 앞에서 내정 철회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에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유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시절에 장관과 문화 특보를 역임하면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2008년 8월27일자로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실행을 주도했고, 이같은 행보가 국가 범죄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작점이라고 주장을 펼쳤습니다.
문화예술계는 유 후보자로 인해 다시 한번 블랙리스트가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지 블랙리스트로만 문화예술계를 압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윤석열차 공모전' 예산 삭감도 문화예술계를 탄압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더구나 극단적 실용주의를 명분 삼아 예산 삭감과 같이 목줄을 틀어쥘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지금 유 후보자로 인해 검열 및 극단적 실용주의 추구로 한국 대중문화가 퇴행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기생충', K콘텐츠의 전설이 된 '오징어 게임' 같은 K대중문화 중흥기는 잊혀진 우리의 기억이 되고 맙니다. 유인촌의 복귀가 몰고올 파장을 '대통령'만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