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한국경제 '하드랜딩'

입력 : 2023-10-05 오전 5:00:00
요즘 경기 흐름 전망을 빗댄 용어로 ‘경착륙’, ‘연착륙’에 대한 전망 발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더블딥, 스태그플레이션, 미국·중국 등 글로벌 정세 등 경제 시나리오를 놓고 ‘경착륙’, ‘연착륙’ 전망과 제언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죠.
 
사실 경착륙과 연착륙은 경기 하강 여부를 의미하는 경제용어가 아닌 우주·항공 용어입니다. 특히 ‘문 레이스(Moon Race)’로 지목된 20세기 우주 경쟁은 달 착륙선이 부드럽게 착륙하는 소프트 랜딩(연착륙)이냐, 급하강으로 곤두박질치는 하드 랜딩(경착륙)이냐가 주요했습니다.
 
1966년 하드 랜딩을 하던 소련의 무인 탐사선 루나 9호 이후 인간의 달 연착륙에 관심을 돌렸으니까요. 최근에는 네 번째 달 착륙 국가로 인도 찬드라3호가 역사를 기록했고 일본도 내년초 달착륙선 시도를 앞두고 있습니다. 
 
허나 우리나라는 우주청 설립은커녕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까지 예고돼 있어 “달에 어떻게 가려고 하냐”는 우스개 농담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우주개발에 대한 우려뿐일까요. 당장 한국경제호의 향배를 가늠하면 하드 랜딩 우려만 불거지고 있으니 말이죠.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 생산 지수가 ‘깜짝 반등’했지만 경기흐름 지표 하락세는 석 달째를 맞았습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0.2%포인트 줄면서 지난 6월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더욱이 반도체 생산이 증가한 효과일 뿐 나머지 제조업들의 참상은 암울 그 차체입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7%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전자부품 22.3%, 기계장비 12.7%, 의복·모피 6.8% 감소세가 대표적입니다. 9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전월과 비교해 9개 품목은 마이너스, 6개 품목만 선방에 머물렀습니다.
 
일반기계(9.8%), 자동차(9.5%), 철강(6.9%), 디스플레이(4.2%), 선박(15.4%), 가전(8.5%)에서는 늘었고 반도체(-13.6%), 석유화학(-6.1%), 석유제품(-6.8%), 차부품(-3.5%), 바이오헬스(-15%), 무선통신(-3.1%), 컴퓨터(-53.9%), 섬유(-8.4%), 이차전지(-16.3%)에서 감소했습니다.
 
제조업의 10월 업황을 가늠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10월 제조업 67로 전월대비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서 전월보다 주력산업의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도체가 저점을 통과하는 등 청신호로 볼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이릅니다.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보합에 그치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경기 회복세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팽배합니다.
 
전월(109.7)보다 2.2% 증가한 전산업 생산지수도 계절조정지수가 아닌 농림어업 제외의 원지수로 할 경우 증감률은 0.9%포인트 수준에 불과합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123.0, 올해 1·2·3월 각각 123.0, 102.9, 102.4로 추락 후 3월 114.9 4월 108.4 5월 109.6 6월 114.9 7월 108.5 8월 109.5의 등락 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가 폭망하는 사이 어느덧 석장의 달력만 남았습니다. 연말이 다가올 수록 소프트 랜딩일지, 급하강일지 정상적이던 혈액순환에 심한 장애가 생기는 기분입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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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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