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9월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부를 증인 18명과 참고인 14명 명단을 의결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는 17일 열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감에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가 증인으로 포함됐습니다. 국감에선 정 대표 등을 상대로 영화 관객수 조작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조작 의혹 배급사, 24개 업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6월 멀티플렉스 3사와 국내 영화 투자 배급사 3사 등 총 6개 회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멀티플렉스와 투자 배급사가 함께 관객수를 부풀려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했다는 첩보를 수집하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관객수 조작 의혹이 제기된 작품은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극 등 4편입니다. 경찰은 4편의 관객수가 조작된 단서를 확보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습니다. 수사선상에 오른 영화 가운데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비상선언'은 새벽 시간대 여러 회차가 매진돼 관객들의 의심을 샀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2021년 개봉작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관객 없는 '유령 상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작품입니다. 영화는 개봉 직후인 2021년 5월 CGV에서 여러 회차가 매진되고, 개봉 5주차 박스오피스 순위가 24위에서 이틀 만에 4위로 뛰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관객수 조작 의심 영화 목록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과 검찰 수사,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재판 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5월25일 개봉한 '그대가 조국'은 개봉 직후 7일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 33만명을 끌어 모으는 등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배급사만 증인 채택?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 관객수 부풀리기 등 유령 상영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영화계 안팎에서 제기됐습니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심야·새벽 시간대 좌석 판매율이 90%를 넘는 영화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개사와 배급사 24개 업체 관계자 6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올리기 위해 특정 상영 회차가 매진된 것처럼 조작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이 기간 국내 개봉한 영화 462편, 배급사 98개사를 수사 대상에 올리고 입장권 발권 기록 등을 분석한 끝에 관객수를 2만명 넘게 부풀린 배급사 관계자 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추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대상 목록을 정리 및 보완해달라는 취지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15일 멀티플렉스 3개사, 배급사 24개 관계자에 대한 보완 수사를 마치고 서울서부지검에 통보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나고 문재인정부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돼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습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 수사를 총지휘했습니다. 조국 수사 이후 당시 정부 여당과 갈등 끝에 윤 대통령은 검찰 총장에서 사퇴했습니다. 수사 대상에 오른 배급사는 24개입니다. 그럼에도 문체위는 24개 배급사 중 굳이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이에 국감에서 영화 관객수 조작에 대한 질의보다는 정치적인 공격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그대는 조국' 포스터.(사진=켈빈클레인프로젝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