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이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 김태우 후보 캠프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오른쪽에는 배웅 나온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윤혜원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여당이 예상 밖으로 크게 패배하면서 '수도권 위기론'이 급부상했습니다.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1년~6개월 전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확인한 결과 수도권 승패는 대통령 지지율에서 갈린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보수층에 편중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도권 위기론'을 가중시킨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지율 최저치…박근혜 29%·문재인 40%
15일 본지는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의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1년 전~6개월 전까지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치는 29%,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치는 40%로 각각 조사됐습니다. 민주당은 심리적 마지노선(40%)이 붕괴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을 앞세워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20대 총선 1년 전인 2015년 4월 2주차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 부정 평가는 52%로 나타났습니다. 6월 3주차 땐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지지율이 29%까지 하락했습니다. 총선 6개월 전인 10월 2째주에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로 조사됐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을 기록하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합의인 8·25 남북합의를 도출해내면서 9월 1주차당시 54%까지 올라섰습니다.
21대 총선 1년 전인 2019년 4월 2주차 문 전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7%, '잘못하고 있다' 45%로 조사됐습니다. 총선 6개월 전인 10월 2주차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3%, 부정 평가 51%로 나타났습니다.
총선을 앞둔 두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치 편차는 11%포인트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29%에서 최대 54%까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최저 40%에서 최대 49%로 편차가 크지 않았습니다.
총선을 앞둔 역대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 추이에 따라 실제 선거에서의 수도권 승패가 나뉘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도층 못잡은 보수…수도권 대패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안에 따라 편차가 컸는데, 특히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의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를 기록했을 당시 무당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16%, 부정 평가가 69%였습니다. 당시 조사에는 이념별 조사가 나타나지 않는데, 중도층에서의 부정 평가가 무당층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기록했던 9월 3주차 조사를 보면 중도에서 긍정 평가 40%, 부정 평가 54%로 중도층이 지지율을 견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박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는 중도층 확보 여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는 수도권 총선 승패로 나타났습니다.
20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서울 12석 △인천 4석 △경기 19석을 확보해 35석을 얻은 반면 민주당은 △서울 35석 △인천 7석 △경기 40석으로 총 82석을 얻었습니다. 당시 20대 국회는 민주당 123석 대 새누리당 122석으로 전체 의석은 1석 차이에 불과했지만 수도권에서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겁니다.
21대 총선에서는 그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서울 8석 △인천 1석 △경기 7석으로 총 16석,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서울 41석 △인천 11석 △경기 51석으로 총 103석을 확보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장진호 전투 기념행사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최저치 27%…위기감 '증폭'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6개월간 3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 4월 2주차 땐 긍정 평가가 27%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지지율 견인이 보수층과 60대 이상 세대에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10월 2주차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에서 긍정 평가는 62% 부정평가는 32%입니다. 반면 중도층은 27%가 긍정 평가하고 62%가 부정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대별로도 60대 이상에서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서며 50대 이하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보궐 선거 결과에 따른 수도권 위기론이 대통령 지지율과 직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역대 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수도권 선거는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내년 총선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 결과와 더욱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가 대치만 하다보니 유권자는 '평가할 만한 정치인이 없다'고 생각해 평가 기준을 국정 운영 책임자인 대통령으로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한동인·윤혜원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