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오비맥주가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인상한 가운데, 경쟁 업체들의 도미노 주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재료 및 물류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인데요. 문제는 이 같은 업체들의 인상 행렬이 식당, 주점 등에서 판매되는 주류 가격 폭등으로 연결돼 서민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입니다.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습니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일입니다.
지난 4월 주류세 인상에도 맥주 제품 출고가를 올리지 않았던 오비맥주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달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공식적으로는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오비맥주와 같이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해 확정한 바 없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도 "원부자재 가격 인상, 수익성 악화 등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경쟁 업체들이 일제히 관망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며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오비맥주가 가장 먼저 인상 스타트를 끊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도 가격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이는 재료비·물류비 인상, 수익성 악화가 맥주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맥주 출고가 인상은 외식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고유가 기조,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7% 올랐는데요. 이는 지난 4월(3.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깝게 간주되는 생활물가지수는 4.4% 상승했는데요. 이 중에서도 외식용 맥주와 소주 물가 상승률도 모두 4.4%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류 업계 가격 인상이 식당이나 주점의 주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상적으로 주류 업계의 출고가가 오르면 일반 외식 업체들은 주류 값을 더 큰 폭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는 까닭입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리 주류 업계가 맥주 출고가를 소폭 올린다 해도 식당이나 주점은 최소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서민들의 고통도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아무리 주류 가격 통제를 유도한다 해도 그건 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다. 식당 주인들까지 세세히 터치하긴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제품.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