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위원회 설명과 달리 펫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은 요원해 보입니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위가 내놓은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 대책에 진료수가 표준화 등 핵심 사안이 빠져있어 상품 출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입니다.
앞서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와 함께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고 반려견·반려묘 등록 의무화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저조한 펫보험 가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험상품을 늘리고 보장도 확대하는 등 공급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요. 금융위는 이번 방안에서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을 하반기 중 허용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사를 전한 곳이 몇 개 업체가 된다"며 자회사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자회사 설립뿐 아니라 투자 등 형식은 다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에서는 펫보험 자회사 설립에는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향후 설립 가능성을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다"며 "펫보험 손해율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특정 보험만 취급하는 보험사 설립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펫보험 손해율 사정이 어려운 것은 진료수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 정책 개선의 핵심으로 진료수가 표준화를 꼽고 있는데요. 동물병원별로 각기 다른 진료비를 통일하자는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동물병원 진료비는 항목별로 최대 80배 차이를 보입니다.
진료비용은 보험료 산정의 핵심 사안인 동시에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한 통계의 기본인데요.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손해율이 높더라도 꾸준히 비슷한 수준에서 관리가 된다면 사전에 계획적으로 대비할 수 있어 상품 확대가 가능하다"며 "손해율이 불안정하게 오르내린다면 상품 출시 조차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미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 동물병원을 이용한 소비자 가운데 불필요하게 진료비가 올라간 경험을 한 사례들도 있어 진료비를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 제도를 잘못 설계할 경우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9월 서울 강동구의 한 상가에서 열린 '서울시 유기동물 가족의 날 엔조이 섬머 반려동물 입양파티'에서 입양된 유기 반려견과 입양가족들 모습.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