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합병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오랜 기간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분식회계, 이중매출 의혹은 털어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꽃길이 펼쳐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셀트리온홀딩스 등 새로운 논란거리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안건을 다룰 예정입니다.
지난달 17일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셀트리온)
매수청구권 행사해도 손실인데…합병에 ‘손’
양사의 합병가액은 1주당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으로 평가, 셀트리온 주식 1주당 셀트리온헬스케어 0.4492주 비율로 계산됐습니다. 즉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보유자들에게 약 2.23주당 셀트리온 주식 1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총장에서 또는 사전에 서면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합병안이 통과되더라도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넘길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수청구가는 셀트리온이 주당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7251원입니다. 언뜻 보면 현재 주가보다 매수청구가가 높아서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유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때문에 반대하는 주주가 많아 합병안 통과가 쉽지 않을 거란 일부의 예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는 14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니다. 매수청구가와 6~7%가량 차이가 납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비슷한 수준이어서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주총 전에 이 가격에 주식을 사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합니다. 두 회사는 합병안을 공시하면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9월1일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로 한정했습니다. 또 이 주주가 매수청구권 행사 시점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9월1일 명부에 등재되려면 8월30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 지금까지 보유 중인 주주에 한한다는 뜻입니다.
양사의 현재 주가는 8월30일 이전과 비교해 하락폭이 큰 편입니다. 매수청구권을 가진 주주들 상당수가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텐데,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손실을 확정하고 싶은 주주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주식을 매도하는 것처럼 매도대금이 ‘D+2일’에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매수청구권 행사대금 지급 예정일은 12월13일입니다. 손실액을 5% 정도 줄이자고 이런 조건을 감수하느니 합병법인 셀트리온에 희망을 거는 쪽을 선택하는 주주가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소유-경영 분리” 믿을 수 있나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해외법인의 재고 및 매출 등을 문제 삼았던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연구개발, 제조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의약품을 전 세계에 유통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두 회사를 제조와 유통으로 구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힘을 싣고 2017년에 증시에 상장시킬 때부터 의심이 피어났습니다. 셀트리온이 넘긴 의약품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로 쌓이면서 분식회계를 의심하거나 이중매출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를 빌미로 오랜 기간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시달렸고 결국 셀트리온 주주들이 주축이 돼 공매도 퇴출 운동을 시작, 현재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 개선 논의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합병 완료로 분식 논란을 털어내도 꽃길이 펼쳐질 것 같진 않습니다. 또 다른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승계 문제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몇 차례에 걸쳐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겠다며 2세 승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를 합병한 후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현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서 회장은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주요 계열사 여러 곳에 사내이사로 참여 중인 서진석 의장의 역할이 ‘소유’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서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셀트리온의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도 셀트리온에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 셀트리온제약까지 흡수합병이 마무리된 후에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이 추진될 전망인데요.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 투자자 또는 투자금이 나뉘어 지주회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셀트리온 주주들에겐 좋을 리 없겠죠.
2세 승계,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등은 불확실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노이즈가 계속되는 것만으로도 주가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셀트리온 투자자들이 질긴 악연이던 공매도와 안녕을 고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편,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올라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돼 코스닥을 빠져나가면 코스닥 시장도 그만큼 위축될 전망입니다. 더구나 4위, 5위 종목인 포스코DX, 엘앤에프도 이전상장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입니다. 이들 세 기업의 합산 시총은 1위 에코프로비엠을 넘어섭니다. 코스닥에서 성장해 코스피로 이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코스닥 시장의 발전방안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