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장지수펀드(ETF)로 승승장구 중인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아픈 손가락, 부동산펀드들은 올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해당 펀드들의 수익증권 시세도 추가 하락했는데요. 폐허가 된 상장수익증권 시장에서 유일하게 홀로 급등한 종목이 있습니다. 게다가 연말엔 올해 거래 수익의 일부를 배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수익률이 장내 고배당주에 버금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수익증권 폐허 속 ‘독야청청’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수익증권 시장에서 KCGI베트남증권은 10원 하락한 1424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소폭 하락에도 1400원대는 지켜 최근의 급등세를 되돌리지 않았습니다.
수익증권 시장은 펀드의 권리를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으로, KCGI베트남증권은 KCGI자산운용이 설정해 운용 중인 KCGI베트남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의 수익증권 종목입니다.
이 펀드는 지난 2016년 9월12일 설정했는데요. 10년을 운용하기로 정한 폐쇄형 펀드입니다. 펀드를 설정한 후 10년 동안은 자금을 추가로 넣을 수도 없고 펀드 환매도 불가능합니다. 그 대신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만든 수익증권 시장에서 해당 펀드의 권리증서(수익증권)를 사고파는 방법으로만 추가 투자 또는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현재 수익증권 시장에 상장된 종목들은 대부분 해외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들입니다. 2017년경부터 해외부동산펀드 투자가 인기몰이를 한 결과인데요. 그러나 그 성과가 매우 부진해 수익증권 시세는 폭락했고 나아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거래도 극히 적은 상황입니다. 펀드 기준가 1000원에서 출발한 시세가 200~300원대로 추락한 수익증권도 있습니다.
하지만 KCGI베트남증권은 다릅니다. 이날 수익증권 거래가는 1424원을 기록했습니다. 똑같이 1000원에서 출발한 가격입니다. 물론 수익증권은 펀드 설정 후 3개월 후인 12월부터 거래됐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 수익증권만 유독 많이 오른 것은 이 수익증권의 본체가 KCGI베트남펀드이며 베트남 주가가 많이 오른 덕분입니다. KCGI베트남펀드는 주식혼합형으로 베트남 주식과 우리 국채를 함께 편입해 운용하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주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주식형 펀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때 95%까지 주식 비중을 높였는데요. 지금은 84% 정도로 비중을 줄였지만 일반적인 주식혼합형 펀드에 비하면 주식 노출도가 큰 편입니다.
펀드는 운용 성과는 상당히 양호합니다. 올해 베트남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덕분인데요. 베트남 주식시장은 지난해에도 오르긴 했지만 크게 보면 횡보에 가까운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전 세계가 흔들렸던 4월 초순 이후부터 눈에 띄는 랠리를 나타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증시는 4월 저점 대비 5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물론 한국 코스피는 이보다 더 많이 올랐지만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상위권입니다.
덕분에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좋은 성적을 달리고 있습니다. 주식 비중이 높았던 KCGI베트남펀드도 그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 펀드는 금융, 제조기업 투자 비중이 컸던 탓에 연초엔 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빈그룹, 빈홈스 등의 비중을 높이며 수익률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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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청산까지 9개월…배당수익률 7%
다만 베트남 증시는 지난 10월 중순경부터 하락과 반등을 오가며 횡보 구간에 진입한 상태인데요. KCGI베트남 수익증권 시세는 계속 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12월에는 단순히 시세만 오른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많은 거래가 실리는 등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배당, 즉 펀드가 지급하는 분배금입니다. KCGI베트남은 운용을 시작한 이래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 즉 주식과 채권을 거래해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했습니다. 당연히 주식시장이 하락해 수익을 내지 못한 해 또는 수익이 크지 않은 해엔 배당을 건너뛰었지만 수익이 충분한 해는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총 5회 분배금을 지급했는데, 증시의 부침을 보여주듯 연간 분배금 편차는 큰 편입니다. 지난해 결산에서는 1좌당 113.71원을 분배했고 최고 금액은 2021년 결산에서 지급한 128.86원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총액은 약 328원입니다. 다시 말해 초기 펀드 설정 당시 참여한 투자자들은 원금 1000원당 328원(세전)을 이미 회수한 것입니다. 그러고도 현재 펀드 기준가가 1580원을 오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에도 운용 성과가 좋아 올해 첫날 1270.99였던 펀드 기준가는 12월 현재 1561.64로 290.65원 정도가 오른 상태입니다. 지난해는 1월1일 1051.44에서 12월31일 1383.31로 331.87 올랐고, 이 중 113.71원을 분배했습니다. 작년보다는 상승폭이 적지만 지금 수준이라면 100원 가까이 분배금이 나오겠다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1좌당 100원을 지급한다면 현재 수익증권 가격 1424원 대비 시가배당수익률 7%입니다.
물론 예상보다 분배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펀드 자산에 그대로 남아 펀드를 청산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익증권 시세가 뛴 두 번째 이유가 바로 펀드 청산입니다. KCGI베트남펀드는 내년 9월에 약속한 운용기간 10년이 돌아옵니다. 부동산펀드라면 만기 6개월 전엔 계약을 마무리하고 펀드 청산 실무 작업을 해야 해 지금쯤 보유 부동산 매각 작업이 한창일 겁니다. 하지만 이 펀드는 주식혼합형이므로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내년 중반까지는 계속 주식을 사고팔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운용 만기에 다가설수록 수익증권의 시세는 펀드의 순자산가치(NAV)인 기준가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준가가 올라도 오랜 기간 1200원 수준에서 횡보했던 수익증권 시세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청산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주목한 일부 투자자의 매수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수익증권 시세는 1424원, 기준가는 1561원이므로 다가설 자리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