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김범수 소환조사…"카카오 단기반등 어렵다"

카카오, 하이브 공개매수 방해 목적 시세조종 혐의
인수합병 손해배상·카카오뱅크 대주주 박탈 가능성 제기
"사법리스크 결론 전까진 주가 지지부진할 것"

입력 : 2023-10-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신대성 기자] 카카오(035720)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에스엠 인수합병 관련 손해배상은 물론 카카오뱅크(323410) 대주주 자격 박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데요.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 주가는 사법리스크가 끝나기 전까진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범수, 시세조종 지시 여부 관건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사회 의장은 금감원에 출석해 관련 조사를 받았습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관련 조사를 위해 김 전 의장을 소환했습니다. 시세조종 직접 지시 여부와 관련 사항을 보고 받았는지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특사경은 앞서 지난 4월 카카오와 에스엠을, 8월 김 전 의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는데요. 지난 13일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 등 3명은 지난 2월 당시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사인 하이브(352820)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에스엠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보고, 즉 5%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9일 배 대표에 대해서만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날 "(배 대표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 구속돼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며 "금감원 특사경이 구속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이 카카오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일각에선 향후 시세조종 혐의가 유죄로 드러날 시 에스엠 인수합병 무효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인수합병 무효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에서 산 것을 무효화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손해배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이 역시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 교수는 "하이브의 경우 손해배상을 하려고 해도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했다는 보장이 없고 일반 투자자들도 카카오보다 하이브가 들어오는 것이 더 이득인지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세조종 의혹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여부까지 덮쳤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지분 27.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상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위만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특정 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한도초과보유주주는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요. 카카오가 향후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는다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관건은 양벌규정이 될텐데요. 양벌규정이란 법인 대표나 종업원 등이 관련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인에도 형사책임을 묻는 조항입니다. 배 대표가 벌금형 이상을 받고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대해서도 감독책임을 물어 형벌을 부과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자격 박탈은 가시화됩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 단기간 반등 어려워
 
지난해 3월만 하더라도 10만원대 였던 카카오 주가는 경영 및 사법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연이어 추락해 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올초만해도 하반기 펀더멘털 개선이 가능하다며 반등을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커진 법적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2.82% 내린 3만7950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2월 7만1300원을 찍었던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황입니다. 올초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했지만, 지난 3월부터 연달아 하락세입니다.
 
카카오는 올해 들어 28.53% 빠졌는데요. 자회사들 또한 지지부진합니다. 카카오뱅크는 13.79%, 카카오페이(377300) 31.92%, 카카오게임즈(293490)는 무려 48.26% 내렸습니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주가 하락에도 반등을 기다리며 매수세를 유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은 올 들어 카카오를 5277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펀더멘털 개선 전망을 쏟아낸 영향으로도 보입니다.
 
당분간 카카오는 약세를 지속할 전망입니다. 3분기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 리스크도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주주 등기임원이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성장주에 불리한 증시환경도 주가 반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는데다 중동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도 확대되고 있어 투자심리 악화도 이어지고 있단 평가입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우선 사법리스크다 보니까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며 "이번 악재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던 부분이 있다 보니 예상보다 주가하락이 큰 거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3분기 실적이 좋진 않은데다 경영 공백까지 겹쳐 당장 전망이 좋지 않다"며 "사법리스크가 결론날 때 까진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번 사태가 실적엔 영향이 제한적이란 설명입니다. 그는 "사법리스크가 당장 실적악화에 큰 영향을 주기 보다는 향후 M&A 또는 투자자금 유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카카오가 인수합병 하려고 했던 사업이 지연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실적부분은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리다보니 광고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며 "한국의 수출 경기가 반등하고 광고 경기가 살아나야 되다 보니 4분기 때부터는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카오 그룹주 주가추이. (사진=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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