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 논란)⑤배터리 화재에 급발진…전기차 발목 잡는 '안전'

2020년~올 상반기, 전기차 화재 121건 발생…매년 2배씩 증가
전기차 구매 계획 중인 소비자, 안전성 의심에 구매 선택 주저
'열폭주' 현상에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진압 까다로운 전기차

입력 : 2023-10-30 오후 2:59:1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최근 5년간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차량등록수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자, 전기차를 향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 수까지 매년 증가하면서 소비들자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모습입니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차량 등록 대수는 34만7000대이며, 내연기관차량의 등록 대수는 2369만8000대입니다. 내연기관차 등록 대수가 전기차보다 약 68배 이상 많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는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간 총 169건이 접수됐습니다. 유종별로는 △경유 53건 △휘발유 52건 △전기 28건 △LPG 18건 △하이브리드 18건 입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신고 건을 합치면 총 46건(27%)으로 차량 등록 대수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차량 구매를 계획 중인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차량 구매를 희망하는 안 모씨(29)는 "내년이나 내후년 차량을 구매할 생각인데 향후 환경문제로 전기차가 점차 늘어날 것을 예상해 관심이 있다. 하지만 요즘 급발진을 포함해 전기차 폭발이나 화재 등 여러 사고 사례를 보면서 고민이 깊다"며 "아직까지 더 대중적인 내연기관차를 먼저 구매하고, 향후 전기차가 더 발전됐을 때 차량을 변경하는 게 안전측면에서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차량 변경을 준비 중인 한 누리꾼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랑이 차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만 고집해서 안전 문제로 반대했더니 백번 양보해서 하이브리드차로 사겠다고 한다. 그런데 제 생각엔 둘 다 비슷하게 느껴진다"며 "요즘 전기차 폭발이나 화재 사고를 많이 봐서 무섭고 안전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해 걱정된다"고 고민을 적었습니다.
 
지난 7월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급발진 신고 심한 전기차…화재 사고도 매년 2배씩 증가 
 
실제로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로 전기차 운행이 증가하면서, 화재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방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121건입니다. 
 
화재 건수는 매년 약 2배씩 증가했습니다. 년도 별로 △2020년 11건(인명피해 0건) △2021년 24건(인명피해 1명) △지난해 44건(인명피해 4명) △올 6월까지 42건(인명피해 6명)이 발생했습니다. 
 
화재 발생 요인별로는 총 121건 가운데  △알 수 없음 37건 △전기 29건 △부주의 22건 △교통사고 16건 순입니다. 장소별로는 일반도로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차장 46건, 고속도로 12건, 기타도로 7건 순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량보다 화재발생 이후 진압도 까다롭습니다. 전기차의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입니다. 열폭주는 열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아 지속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셀 수백개가 모여 한팩을 이루는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나 열폭주가 시작되면 다른 셀로 불이 순차적으로 옮겨붙으며 또 다른 열폭주를 일으키게 됩니다. 겉에서 불씨가 사라져도 내부의 불씨가 새로운 열폭주를 만들어낼 수 있어 위험합니다.
 
따라서 보통 내연기관차 화재는 30분이면 진압이 되는 반면, 전기차는 단순 발화에도 최소 2~3시간이 소요됩니다. 배터리 용량이 큰 전기차의 경우는 7~8시간이 걸립니다. 아울러 현장에서 고열과 유해가스가 많이 나기 때문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사고차량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전기차 화재 초기 진압은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화염에 직접 물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화염이 조금 걷히고 나면 차량 하부에서 배터리가 있는 쪽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물을 분사합니다. 이후 차량 주변에 물을 담은 수조를 설치해 배터리 온도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입니다. 통상 24시간 정도 수조에서 배터리 온도를 낮춥니다. 지하 주차장처럼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전기차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질식 소화포'까지 설치합니다. 
 
제주 소방대원들이 지난해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이동식 소화 수조를 이용해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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