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수출 마이너스의 고리를 13개월 만에 끊었지만 완연한 회복까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4분기 첫 출발 '수출 플러스·무역 흑자' 동시 달성에도 연간 누계 수출액과 무역수지를 따질 경우 여전히 마이너스 성적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50억9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습니다. 13개월 만에 수출액이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무역수지도 16억4000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기조로 수출액과 무역수지가 동시에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개월 만입니다.
10월 수출액과 무역수지가 반짝 반등했지만 중동발 요인 등 연속 호조세를 보일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더욱이 두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올해 연간 누계액 전망은 마이너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연간 수출액 누계는 519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한 수준입니다. 무역수지는 180억달러(한화 약 24조4000억원) 적자입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7년 무역수지는 952억달러 흑자였습니다. 올해와(1월~10월) 비교했을 때 1000억달러 넘는 격차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호황기 시절' 때만큼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더욱이 2019년 389억달러, 2020년 449억달러, 2021년 293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코로나19 기간 때와 비교해도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2022년 무역수지는 478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 흐름대로라면 누계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무역수지 흑자 금액이 가장 높았던 9월(36억달러) 수준으로 11월과 12월이 이어진다고 해도, 약 100억달러 적자가 예상됩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13개월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은 최근 반도체 수출 규모 및 증감률. (그래픽=뉴스토마토)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19.8% 오르는 등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4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석유제품도 18% 증가하는 등 8개월 만에 수출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특히 전기차(자동차 수출의 19.4%)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36%)했습니다. 그러나 월별 수출액은 6월부터 감소세입니다.
올해 6월 전기차 수출액은 15억7000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계속 하락세입니다. 7월 수출액은 13억7000억달러, 8월 12억2000억달러, 9월 11억7000달러, 10월 11억4000달러로 줄었습니다.
이에 반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3.1% 마이너스로 최저 감소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4분기 25.8%, 올해 1분기 40%, 2분기 34.8%, 3분기 22.6%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4분기 반등 여부는 단언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반도체 시황 악화 요인 탓에 장기적인 감소세를 보인 만큼, 수출 플러스 회복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합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유가 불안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는 게 수출 현실입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등도 수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월 31일 기준 Dubai(배럴당) 국제유가는 88.05달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WTI는 배럴당 81.02로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급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중동 지역 분쟁이 지금보다 커지면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김완기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저희가 전망하기로는 안정적인 우상향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력 품목인 자동차, 선박, 일반 기계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 호조세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도 지속 개선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내년 초반까지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13개월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인천신항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