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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기점으로 한층 더 움츠러든 건설경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 찾기’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친환경’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단순히 신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친환경 건설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건설업계의 변화에 발맞춰 주요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 진행 상황과 함께 이 사업들이 향후 각 건설사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건설경기 극복을 위해 대형건설사들이 점찍은 신사업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해외 고부가가치 플랜트 수주가 가능하고, 글로벌 건설업계가 취하고 있는 ‘친환경’ 행보에도 안성맞춤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월 대전 유성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 출범식'의 모습.(사진=뉴시스)
‘블루오션’ 소형모듈원전…“2030년부터 성장 본격화”
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SMR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아직까지 전세계에 설치된 SMR은 단 한 기도 없고, 2030년부터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연구소와 국제기구들이 전망하는 SMR 시장 성장 규모는 상이하다. 그러나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만은 동일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SMR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원자력기구(IAEA) 역시 2035년까지 SMR 시장 규모가 6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까지 전세계 SMR 발전규모가 최대 85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정부 역시 SMR 기술 개발과 해외 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를 포함시켜 혁신형 SMR 기술개발단을 중심으로 향후 6년간 약 4000억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출력을 내는 SMR은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원자로로 평가받는다. 일반 원전은 부지에 기초 공사부터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단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SMR은 공장에서 모듈로 원전을 만들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설치도 간단하다.
‘SMR 2강’ 삼성물산·현대건설…협업 인프라 vs 독자 기술 ‘승부’
해외 플랜트 설계·시공 경험을 보유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일제히 SMR 수주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원전 업계에서 ‘2강’으로 평가받는 시공능력평가 1·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행보가 남다르다.
세계 SMR 시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삼성물산(028260)이다. 루마니아 등 원전 수요가 많은 동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삼성물산은 2021년 미국 원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에 2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230억원), 2022년 5000만 달러(620억원)를 각각 투자해 지분 약 3.5%를 사들였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업체로 전세계 70여개 SMR 모델 중 가장 먼저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이 결과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안보 목표 지원을 위한 SMR 파일럿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열렸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 기업인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와 손잡고 향후 뉴스케일파워와의 공동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원전 설계·시공 경험이 가장 많은
현대건설(000720) 역시 SMR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미국 원전 기업인 홀텍인터내셔널과 SMR 개발 및 동반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160MW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전인 ‘SMR-160’ 모델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과 홀텍인터내셔널은 오는 2026년 미국 미시간주 펠리세이트 원전 부지에 SMR 착공을 추진 중이다. 이 부지는 홀텍인터내셔널 소유인데, 이곳에 향후 2~4기의 SMR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SMR 1기 건설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 10월 DL이앤씨와 사우디 해수담수청의 MOU 모습.(사진=DL이앤씨)
주요 건설사들의 SMR 수주 노력 지속
DL이앤씨는 지난달 말 사우디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모색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SMR을 활용하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 연구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성훈 DL이앤씨 담당 임원은 “SMR은 DL이앤씨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이라며 “DL이앤씨가 보유한 건설정보모델링 및 모듈러 플랜트 설계 기술과 SMR 사업을 접목해 SWCC 담수화 플랜트의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 중인 슬로베니아 크루슈코 원전 전경.(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도 현재 체코·폴란드 상용 원전 건설 사업에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3·4호기 신규 건설사업의 입찰에도 참여하며 동유럽 원전 시장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루마니아를 포함해 폴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등 동유럽에서 SMR 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우건설은 원자력 전 분야에 걸친 독보적인 실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MR 시장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인 포스코이앤씨는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포스코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이 가능하고, 발전소·플랜트 시공 경험은 국내 정상급이어서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랜트사업본부 소속 원자력사업추진반을 신설하고 한국현 SMR 사업인 ‘i-SMR’ 투자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