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코로나19의 암흑터널을 지나온 한국경제에 또다시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 현상'이란 복합 위기 속에 이스라엘군 근접전투 확산, 핵실험 가능성의 러시아 폭주 여파까지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5일 <뉴스토마토>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산한 결과, 8개 기관 평균치는 1% 초반인 1.3%로 정부 전망 1.4%를 밑돌았습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각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1.4%), 한국은행(1.4%), IMF(국제통화기금·1.4%), 한국개발연구원(KDI·1.5%), 아시아개발은행(ADB·1.3%), OECD(경제협력개발기구·1.50%), 국회예산정책처(1.1%), 피치(1.0% ) 등입니다.
5일 8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평균 올해는 1.3%, 내년은 2.2%로 나타났다. 표는 기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표=뉴스토마토)
올 들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은 1분기 0.3%를 시작으로 2분기(0.6%)를 거쳐 3분기(0.6%)까지 0%대 성장률을 이어왔습니다. 당초 정부가 목표한 올해 연간 성장률인 1.4%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4분기에 최소 0.7% 성장을 달성해야합니다.
문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의 '상저하고'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2.46달러로 전장보다 2.02달러(2.51%) 오르며 4거래일 만에 반등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세계경제에 또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더욱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반등도 두달 남짓 회복 흐름을 지속해도 연간 성적표는 지난해 성적을 탈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정부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건"이라며 "만약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진다면 우리나라 성장률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출 쪽은 다소 개선됐지만 소비 부문은 정부나 한은의 예상치만큼 증가하진 않을 것 같다"며 "올해 1.4%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가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합니다.
OECD는 앞서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초체력'격인 잠재성장률이 올해 1%대(1.9%)로 추락하고, 내년에는 1.7%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OECD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는데, OECD가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2% 미만으로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안타깝게도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다시 고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냔 생각"이라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미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