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암 온 한샘연구소, KS도 울고 갈 자체 기준

입력 : 2023-11-0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70kg의 육중한 무게 추가 의자 등받이를 앞에서 뒤로 밀어버립니다. 의자 뒷다리를 고정시킨 뒤 등받이를 사정없이 뒤로 잡아끌었다가 가차없이 다시 놓아버리기도 합니다. '쾅' 하고 큰소리를 내고마는 의자는 마치 고문이라도 당하는 듯한 모습인데요. 혹사 당하는 가구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세상에 나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지난 2일 방문한 한샘(009240)연구소에서는 아슬아슬한 시험들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한샘연구소는 안산 공장 내부에 있다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 사옥 지하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샘플 제작라인이 빠지면서 이전보다 면적은 줄어들었으나 상암으로 합류하면서 연구, 개발, 품질 등의 유관부서와 빠른 소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샘연구소는 △제품 안전성 △제품 유해성 △품질 신뢰성 등에 대한 선제 검사 및 정기 보증을 전담하는 연구개발 조직으로, 한샘이 출시하는 모든 제품의 품질 안전 시험과 규격 표준관리, 유해물질 평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험 장비는 총 58개로, 매년 3000여 건의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에 위치한 '한샘연구소'에서 도어 개폐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국가 표준보다 올려 잡은 한샘 기준
 
연구소를 둘러보니 일부 시험의 경우 한샘연구소만의 높은 기준으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한샘의 10년 보증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자 배하중 시험'의 경우 한샘연구소는 KS규격(한국산업표준)과 JIS규격(일본산업규격)보다 더 강력한 기준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KS 규격과 JIS 규격은 같은 조건으로 30회 시험하는 것이 요건이나 한샘연구소는 그 두 배인 60회의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의자 배하중 시험은 식탁의자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대한 등받이의 내충격성을 검증하고 등받이 파손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입니다.
 
의자에 진심인 한샘은 '의자 반복충격 시험'에서도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의자의 뒷다리를 고정시킨 채 등받이 부분을 잡아당겼다 놓는 시험인데 이 동작을 한샘연구소 5000회 반복합니다. KS규격과 JIS규격보다 25% 많은 횟수입니다.
 
주방가구의 명가인 한샘답게 주방가구, 붙박이장, 책장에 사용하는 경첩도 표준 규격보다 더 엄격하게 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경첩 내구성 시험'에서 KS규격과 JIS규격의 개폐 횟수는 4만회 기준이지만 한샘연구소 이보다 25% 많은 5만회의 개폐 시험을 합니다. 이를 통해 도어의 탈착, 개폐 시 소음 및 작동 이상, 도어 처짐 등을 평가합니다.
 
리모델링 전반을 아우르는 한샘은 우리나라 시공 특성에 맞는 테스트를 별도로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바닥재가 놓인 곳에 가보니 보일러가 한창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닥재에 손을 대니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온돌 난방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마루재를 테스트하기 위해 난방 시 나타날 수 있는 비틀림, 밴딩(구부러짐)을 재현해 보는 장비였습니다. 따로 국가 표준이 없기 때문에 한샘연구소 자체적으로 이상이 나타난 부분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소파에 사용하는 가죽 등 소재에 대한 마모도도 국가 기준이 없어 한샘연구소 자체 기준으로 표면을 시험합니다.
 
이같은 구조력 시험도 중요하지만 한샘연구소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유해물질 테스트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으나 사용자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위해 한샘연구소는 원자재부터 철저한 검사를 진행합니다. 가구업체의 특성상 목재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그 중 MDF나 PB는 잘게 쪼갠 목재를 본드 등을 통해 압축해 만든 원자재입니다. 이에 따라 폼알데하이드가 발생하게 되는데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에 따라 등급이 SEO, EO, E1, E2로 나뉩니다. SEO에 가까울수록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적습니다. 국내 권고 기준은 E1이지만 한샘은 E0 원자재를 사용합니다.
 
시험성적서상 E0인 원자재가 입고되더라도 한샘은 바로 생산하지 않습니다.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믿지 않고 자체 테스트를 꼭 거치고 있는데요. 창고에 원자재가 입고되면 로트(동일 조건의 제품 단위)별로 샘플링한 뒤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을 시험합니다. 시험결과 E0가 확인될 때 비로소 원자재가 창고에서 나와 생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공장으로 출고 자체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또한 원자재 표면을 성형하고 마감하는 과장을 거치면 폼알데하이드, 톨루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한샘연구소는 이런 유해성 물질에 대해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기준 대비 1.33~3배 강화된 기준으로 시험하고 있습니다.
 
KOLAS로 객관성 확보…'제품 개발' 초점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에 위치한 '한샘연구소'에서 문기영 한샘연구소 시험연구센터 시험보증팀 차장이 시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한샘연구소는 2020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인 코라스(KOLAS)로부터 국제 공인 시험 기관으로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가구업계에서 유일하게 화학 및 역학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2020년에는 '실내 및 기타환경' 관련 화학분야 시험기관으로 인정을 받았고, 2021년에는 가구 원자재(PB, MDF, PW), 가정용 싱크대, 수납가구 등 역학 분야 인정을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코라스 인정을 받으려면 적정한 온·습도제어, 적절한 장비,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인력들의 능력, 법정 교육 이수 등을 갖춰야 합니다. 평가사 전문가들의 실사를 거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인정입니다.
 
한샘연구소는 상암 이전을 계기로 제품 개발을 위한 시험 분석센터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고영남 한샘연구소장은 "안산에서는 제조공장 안에서 생산한 제품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제조를 위한 시설보다는 제품 개발을 위한 시험 분석센터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 "생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안전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가 연구를 통해 국가 표준 이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표준방법도 자체 시험 방법으로 개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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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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