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벌레 생닭' 후폭풍…식약처 현장 조사 착수

'벌레 생닭' 이슈에도 김홍국 하림 회장 "무해하다"
식약처까지 정밀 현장 조사 실시…안전 시스템 전반 검수할 듯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와중인 점이 더 문제

입력 : 2023-11-06 오후 3:29:04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하림이 판매한 생닭에서 여러 마리의 벌레가 발견된 가운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며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김 회장의 이 같은 입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직접 현장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식약처가 벌레 혼입과 관련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하림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하림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하림이 최근 공격적으로 내세우는 식품 사업 확장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하림 브랜드 생닭에서 벌레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정말 현장 조사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식약처는 식품에서 이물이 발견된 만큼 하림의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을 면밀히 체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달 말 경기 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하림 동물복지 생닭에서는 여러 마리의 벌레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에 식약처는 하림 측에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식약처의 요청에 따라 전북 정읍시와 방역 업체는 1·2차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이 벌레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저리과(科) 유충인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하지만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 1일 어린이 가정간편식 브랜드 '푸디버디' 론칭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곤충은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딱정벌레도 그중 하나"라며 "실제 사람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은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곧바로 식약처가 "(거저리과) 물질이 식품 원료로 등재됐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를 식품원료로 사용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적합한 사육 기준으로 기른 것이어야 한다"고 반박했기 때문이죠.
 
위생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점이기에 이 같은 김홍국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자충수로 작용한 셈인데요. 식약처의 정밀 현장 조사 돌입에는 이 같은 하림의 입장 및 태도도 한몫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우선 정읍시로부터는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제품의 포장 및 검수 작업도 보다 면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하림이 본연의 육계 가공 및 사료 제조 등 육계 사업을 넘어, 식품·외식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와중에 이 같은 사태가 터졌다는 점입니다.
 
하림은 그룹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더미식' 브랜드를 필두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어린이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인 푸디버디까지 론칭하며 식품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추세인데요.
 
식품 산업에 있어 이물질 혼입, 위생 불량은 소비자들의 주요 이탈 요인으로 작용할 만큼 다른 사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더욱이 하림의 식품 산업 진입이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사태는 시작부터 점유율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 산업은 전형적인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산업으로, 기업은 평상시에도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감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하림의 경우 수장까지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내놓다 보니 소비자들의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하림 제품들이 사실상 업계에서 인큐베이팅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발언은 더욱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하림 닭고기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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