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6일 18: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섬(020000)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 예정인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주주 지분율 상승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 감소로 대주주 지분율이 상승하고, 자사주를 소각까지 할 경우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섬)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IBK투자증권을 위탁사로 지정해 보통주 49만2600주를 취득한다. 매입금액은 94억5792만원이다. 한섬은 11월7일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해 내년 2월2일까지 자사주 취득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섬은 새로 취득한 자사주 49만2600주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73만8900주를 더해 총 123만1500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한섬의 총 발행주식수(2463만주)의 5% 규모다. 소각되는 주식 액수는 123억6717만원이다. 한섬 측은 내년 2월내로 소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라 밝혔다.
한섬의 자사주 소각 공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식소각이 마무리되면 한섬이 보유한 자사주 규모는 192만1506주로 줄어든다. 소각 이후 한섬의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7.8% 수준으로 줄어든다. 소각 전 한섬의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자사주 비율은 10.8%였다. 자사수 소각 결정에 한섬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한섬 주가는 주당 1만9310원에서 장중 2만100원까지 4.1% 뛰었고, 2만50원으로 마감했다.
흥국증권 따르면 올해 한섬의 예상매출액은 1조5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1조5420억원)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이다. 고금리에 따른 의류 소비 지출이 감소하고 있고 소비가 해외여행 등으로 확대되면서 의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이 이뤄질 경우 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한섬의 EPS는 4703원이다.
한섬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침은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방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9월
현대지에프홀딩스(005440)를 정점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로 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일 체제 구축 이전에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지에프홀딩스 양대 지주사 체제였다.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가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도 다음달 12일 자사주 178만7566주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 부응할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소각 규모는 발행주식 총수(1억6239만9732주)의 1.1%를 차지한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발행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회사 지분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 주주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는 효과와 함께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지난 3월29일부터 6월28일까지 1679억원 어치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소각한
크래프톤(259960)은 자사주 매입기간 동안 주가가 15만4천원에서 20만9천원까지 35.7% 올랐다.
여기에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면서 지배주주 지분율도 함께 상승한다. 한섬의 최대주주인
현대홈쇼핑(057050)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지분율이 기존 34.64%에서 39.7%로 소폭 상승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최대주주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분을 늘리기 위해 개인 돈을 쓰는 것보다 회사 돈을 활용해 자사주를 사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