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금지' 철회한 환경당국…표심용·환경책임 실종 비판

환경부, 식당·카페 '종이컵 사용제한' 철회
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사용 금지 계도기간도 '연장'
"일관성 없는 환경 정책…환경책임 저버린 날"
총선 표심잡기용 정책 지적도…환경부 "총선과 무관"

입력 : 2023-11-07 오후 4:19:53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사용 금지에 대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 제한도 사실상 철회하면서 일관성 없는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환경단체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환경정책 실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종이컵을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제외하겠다고 7일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카페, 식당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자 오는 23일까지 1년간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습니다.
 
이날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한 것"이라며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7일 환경부는 종이컵을 일회용품 사용제한 품목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일회용 컵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종이컵이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종전처럼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의 종이컵 사용이 허용됩니다.
 
임상준 차관은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며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세척시설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규제를 준수하기가 어렵다는 토로가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또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 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커피숍 등 매장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계도 기간도 무기한 연장합니다. 대체 품목인 종이 빨대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이상 비싸고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편의점 등에서의 비닐 봉투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 단속도 중단됩니다. 현재 장바구니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 사가 올해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약 70%를 차지하고 종량제 봉투와 종이봉투가 각각 23.5%, 6.1%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일회용 빨대와 컵이 놓여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하지만 제도 시행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습니다. 녹색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환경부가 환경정책의 책임을 저버린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이어 "'국가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과 그 위해를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하기 위해 환경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책무를 진다'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측은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핑계 뒤에 숨어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한 환경부는 그 이름이 부끄럽다"며 "이제 와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들을 핑계로 예정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임상준 차관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서 일하지 않는다"며 "올해 11월 계도기간이 종료 시점에 맞춰 발표한 것일 뿐 총선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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