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이 '흑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4분기에도 '흑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짝 호실적 전망에도 근본적인 '역마진' 구조가 해결되지 않아 내부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에 요금이 동결된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도매가격보다 판매가격이 낮아 쌓이는 '미수금'이 3분기에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2일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 실적이 13일 발표됩니다. 한전은 지난 2분기 2조27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총 누적 46조9516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이는 9분기 연속 적자입니다.
이번 3분기 전망은 '흑자' 전환을 유력 시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3분기 흑자뿐만 아니라 산업용(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4분기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전은 11월 9일부터 가정용, 소상공인용,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요금을 동결하고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요금만 평균 10.6원(kWh당)을 인상한 상태입니다.
12일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실적은 13일 발표한다. 사진은 한국전력 전경. (사진=뉴시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산업용(을)이 한전에서 49%를 차지하는 만큼 전체 평균판매단가에 미치는 효과는 kWh당 5원,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면서 "요금 인상으로 4분기 흑자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내년에 유가가 110달러 이상 오르지 않는 이상 흑자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요금에 따른 반짝 흑자 전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여전합니다.
문경원 연구원은 "서민 물가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추가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 4분기 흑자 가능성이 커졌지만 한 해에 3~4조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상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9월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32.5원이었습니다. 판매 단가는 149.5원입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1kWh를 팔 때 17원이 남습니다.
그러나 전기를 사다 파는 금액으로만 계산했을 뿐, 원가 이외에 드는 투자비·인건비 등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한전 측은 "1kWh당 전기 판매 단가가 전기 구입 단가보다 최소 20원 이상 높아져야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즉, 1kWh를 132.5원에 사 오면 152.5원에 팔아야 적자해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지난 9월 1kWh당 3원씩 손해를 보고 판 셈입니다.
12일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실적은 13일 발표한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뉴시스)
한전뿐만 아니라 가스공사의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500%입니다. 한전 부채비율(460%)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스공사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사 온 금액보다 파는 금액이 적어 올해 2분기까지 생긴 미수금(주택용·일반용)은 12조2435억원에 달합니다.
가스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해 회계 처리합니다. 즉, 가스를 팔아 손해를 보는 금액을 '적자'로 회계 처리하지 않고 '미수금'으로 분류한다는 의미입니다.
향후 요금 인상, 원가 하락 등 요인으로 생긴 가스 판매 이익금이 미수금으로 남아 있다면 이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로서는 가스요금 동결 등으로 판매 수익이 증가하지 않아 미수금만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수금은 지속 쌓이는데 올해 요금 인상은 앞서 5월 한 차례만 이뤄졌습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민수용 LNG 요금은 지난 5월 이후 소폭 인상됐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수금은 내년 초 16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를 수입해 판매할 때는 각 지자체 도시가스 회사에서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도매 단가와 판매 단가를 비교하긴 조금 어렵다"며 "하지만 실제 사 오는 도매 금액보다 판매 금액이 적어 올해 상반기까지 미수금만 12조원에 달한다. 재정적으로 타격이 큰 만큼, 요금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상준 서울과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 가스 모두 원가대로 요금이 오르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실 비용이 오를 때 오르는 걸 반영하고, 내리면 내릴 수 있는 원가 연동제도가 있다"며 "해당 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원가가 오르더라도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정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전뿐만 아니라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라며 "가스공사의 경우 덜 알려져 있지만 공사도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스요금도 정상화해야 하는 게 맞는 상황"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2일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실적은 13일 발표한다. 사진은 한국전력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