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당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영남 중진 등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자들의 거취를 연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 '대표적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등은 세 과시를 앞세워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 인적쇄신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을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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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불출마 리스트'까지…인요한, 장제원 연일 저격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위 내부에선 당내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결단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지도부 2~3명, 부산 중진 2명, 대구·경북 중진 3~4명, 충청권 2~3명 등이 1차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인 위원장은 '불출마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며 일축했습니다.
당내 불출마·험지 출마 대상자로 거론되는 윤핵관 인사들은 혁신위의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 지역구 재출마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장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제원TV'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고 했습니다. 교회에서 간증을 한 장 의원은 "권력자가 뭐라고 해도 할 말은 하고 산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선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행사에 4200명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세 과시'에 나선 바 있습니다.
그러자 인 위원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몇천 명을 버스로 동원한 사람도 있다"며 장 의원을 저격했습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출연해 "(혁신 요구에)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며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의 결단을 압박했습니다.
혁신위 권고에 처음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나타낸 인사는 대구 5선의 주호영 의원이었습니다. 주 의원은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칠 것"이라며 "서울에 절대 안 간다"고 험지 출마를 거부했습니다.
당 지도부 인사로 험지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한번 보자"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인 위원장이 언급한 '인적 쇄신론'의 대상은 당 지도부·윤핵관·영남 중진 등이 어림잡아 당내 30~40명 정도로 분류되지만, 대부분 침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만이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 '인적쇄신 골든타임' 지날수록…커지는 '이준석 신당'
인 위원장은 당내 주요 인사들의 험지 출마·불출마 결정을 "12월까지 기다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내렸습니다. 혁신위 임기는 오는 12월24일까지입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2월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 시기와도 맞물린다는 겁니다. 인 위원장이 계속해서 이 전 대표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12월 말까지 국민의힘의 변화가 없다면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양측이 여당발 정국 개편 주도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의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라며 "혁신위원장 개인의 생각인지 윤 대통령의 마음이 들어있는 건지 유심히 봤는데 당내 다수 중론은 (이것이)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날에도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당내 의원들의 불출마·험지 출마를 촉구한 혁신위를 향해 "연판장의 리버스로(거꾸로) 살생부를 쓰는 혁신위(라 쓰고 용산으로 읽는)에서 쓰는 것은 추태를 넘어서 정치에 대한 몰이해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허은아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인 위원장이) 산신령같이 어떤 선문답 하면서 침대 축구하는 것도 이제 좀 한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