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꺼내든 의료계…변죽만 울리는 의대증원 수요조사

의대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잠정 연기
반대 수위 높이는 의료계…'총파업' 거론
더보연 "의사 수 늘면, 진료비↑…근거 적어"
의협 증원반대 주장은…"이해관계 얽힌 것" 비판

입력 : 2023-11-16 오후 5:12:32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간 논의가 출구 없는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주 의대별 희망 입학정원과 관련한 수요조사를 마쳤지만, 의료계 반발이 격화하는 등 수요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경기도의사회가 '총파업 투쟁'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입니다. 증원 반대만을 주창하는 의료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번 주 내 의대별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잠정 연기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지난 9일까지 증원을 희망하는 입학정원 규모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대학들이 원하는 증원 규모는 2025학년도에 2700명 이상, 2030학년도에는 3000명대 후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요조사 결과는 증원 확정 수치는 아니지만, 향후 정부가 발표할 의대 증원 규모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의대 증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인 만큼,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수요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해지자, 반대 수위를 더 높였습니다. 정부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잠정 연기한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 15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정부의 수요조사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며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하면 의료계도 지난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딘.
 
같은 날 경기도의사회도 소속 회원 100여명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증원 반대 집회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경기도 지역 총파업 투쟁'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소속 회원들이 오후 반차, 휴진을 하고 용산에 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파업' 초입 단계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지난 13일 의대별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잠정 연기했다. 사진은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의대 증원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는 의료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더좋은보건의료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 증원으로 인해 의료과잉으로 진료비가 증가한다는 것도 의사 수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과 비교하면 근거가 적다”며 의사 수를 늘리면 진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더보연은 17개 직능단체 및 환자단체가 참여한 보건의료 정책협의체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와 추무진 전 대한의사협회장, 최혁용 전 대한한의사협회장 등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단체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분류한 결과, 진료권별로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편차가 매우 크고 평균 수준을 맞추려면 의사가 2500∼4500명이 더 필요하다"며 "각국 상황과 연구방법 차이를 고려해도 매년 최대 4500명씩 30년을 증원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고 하는데,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내놓으면 다 엉터리라고 한다"며 "연구결과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의협 주장은 이해관계가 얽힌 주장을 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 정원을 정하거나 면허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근본 기원을 보면, 소비자 주권,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의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당사자라고 합의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지난 13일 의대별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잠정 연기했다. 사진은 서울 한 병원 의사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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