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지스타, '장르·플랫폼 확대' 화두로

(지스타 2023)'지평선을 넓혀라' 구호처럼
게임대상서 패키지 게임 대상·최우수상 차지
8년만에 돌아온 엔씨, 장르 다변화 성공 엿봐
넷마블·웹젠·빅게임 등 애니메이션 게임 '눈길'

입력 : 2023-11-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9일 막을 내린 '지스타 2023'은 행사 구호인 'Expand your horizon(당신의 지평선을 넓혀라)'에 걸맞는 축제였습니다. 모바일에 치중했던 국내 게임사들이 PC와 콘솔로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과도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축포의 첫발은 지스타 개막 전날 열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쏘아올렸습니다. 올해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이 대상과 우수 개발자상 등 6관왕을 차지했고,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가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한국 패키지 게임의 부흥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 패키지 게이머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줄곧 모바일 게임만의 대잔치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시상식에서 이례적으로 장르와 플랫폼 간 경쟁 구도가 뚜렷해진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대상 수상작에 대한 팬들 저마다의 추측이 온라인 게시판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지원 ‘P의 거짓’ 총괄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엔씨의 대변신 "내년·후년 더 기대"
 
엔씨소프트(036570)가 리니지 IP에서 저변을 넓히려 8년만에 참가해 대거 작품을 내놓은 점도 이번 행사의 특징이었죠. 엔씨는 3인칭 MMO(다중접속) 슈팅 게임 'LLL'과 난투형 대전 게임 '배틀크러쉬(BATTEL CRUSH)', '프로젝트 BSS' 등 출품작 3종의 PC·콘솔 기기 체험장을 마련해 장르 다변화 의지를 각인시켰습니다.
 
개막 당일인 16일 자사 부스를 찾은 김택진 대표는 뜨거운 취재 열기에 즉석 기자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내년과 내후년을 더욱 기다리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준비중인 것 중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김 대표의 자신감을 확인하려는 게이머들은 행사 내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17일 직접 해 본 LLL은 전쟁터로 변한 서울 한복판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개발진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현실 속 무기를 최대한 구현했다고 하는데요. 총을 연사할 때 총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식으로 현실감을 살리려 애쓴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17일 부산 벡스코 1전시장에 마련된 스마일게이트 부스에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하려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범종 기자)
 
넷마블(251270) 부스에선 '일곱개의 대죄: Origin'을 하려는 게이머들이 네 시간에 가까운 대기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넷마블은 원작자의 감수를 받으며 이 게임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 데다, 모바일·PC·콘솔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전작보다 더 많은 게이머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도형 넷마블에프엔씨 PD는 멀티버스 개념으로 자체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극장에 가서 스파이더맨을 봤는데 모든 스파이더맨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을 보고 멀티버스 세계관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그래서 김 PD는 주인공 '트리스탄'이 원작의 주요 전투가 있던 장소에서 어떤 물건을 건드려 시공간이 뒤틀리고, 해당 전투 이전 시점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흥미롭게 본 원작자가 캐릭터 스킬 설정도 감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시연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PS)5 게임패드가 연결된 PC판을 해봤는데요. 애니메이션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직접 완성케 하는 연출과 상황에 맞는 진동을 제공해, 콘솔 게임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크래프톤의 ‘인조이’는 가족 사이에도 일정 시간 내 말을 걸지 못하면 상대방이 뒤돌아 제 갈길을 가는 등 사실적인 그래픽과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이범종 기자)
 
개발 중 고칠 점 미리 보는 재미도
 
행사장 곳곳에선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세상을 현실과 이어줬습니다. 게임 체험을 마친 사람에게 마법사 모자를 나눠주는 크래프톤(259960) '다크앤다커 모바일' 시연장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 옆에 마련된 '인조이(inZOI)' 시연장에서도 한국판 심즈를 해보려는 이들로 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조이는 고품질 그래픽으로 현실감을 높였지만, 부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 외려 괴리감을 높였습니다. 보통 상대방이 뒤돌아 설 때 말을 걸면 다시 나를 돌아보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가족으로 만들어 둔 캐릭터가 이동하기 직전 혹은 내 앞에서 뒤돌아선 직후 말을 걸면, 저 멀리 프로그램된 장소로 이동하기만 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외양은 사람에 가깝지만, 행동은 기계적인 측면이 강조돼 아쉬웠는데요. 이는 한창 개발중인 작품의 진척도를 확인하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16일 지스타 행사장에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자세를 잡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2전시관에 집중된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도 높았습니다. 7년만에 BTC 부스에 나선 웹젠(069080)은 최초의 서브컬처 자체 개발 IP로 개발중인 MMORPG '테르비스'를 출품해, 서브컬쳐 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빅게임스튜디오도 자사가 개발중인 애니메이션풍 RPG '브레이커스'를 선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접한 게임은 대사가 일본어로 녹음돼 있었는데요. 실제 출시 때는 한국어 대사도 포함될 거라고 합니다.
 
지스타 조직위도 신규 BTC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을 열고 BTC 전시 기간에 함께 운영했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42개국 1037개사의 3328 부스로 채워져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습니다. 총 4일 간의 전시기간 중 방문객 수는 약 19만 7000여명으로, 지난해 18만 4000여명에서 7%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지스타TV' 온라인 방송은 고유 시청자수(UV) 94만 4037명, 누적시청자수/뷰어십(PV) 191만 8193뷰를 기록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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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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