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잇단 하향…고물가·고금리 후폭퐁 온다

산업연구원,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0% 전망
IMF·KDI 2.2% 전망보다 더 낮춰…고물가·고금리 본격화
민간소비 1.9% 그쳐…건설투자도 '감소' 예상
주력산업 대다수 수출 ↑…글로벌 경기 부진 변수 존재

입력 : 2023-11-20 오후 3:0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을 놓고 줄줄이 하향 조정된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존보다 내려잡은 2.2%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산업연구원은 2.0%까지 낮춰 잡았습니다.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출·설비 투자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통화 긴축 기조와 국제 정세 불확실성도 수요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은 20일 '2024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소비 성장세 둔화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전년 대비 2%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를 꼽았습니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의 현실화를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그래픽은 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도 산업연과 동일한 2.0% 성장 전망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국제유가·국제금리·환율 등 3고 현상에 따른 내수·수출 동반 침체가 분석됐습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2% 유지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7월 2.4%로 예측한 후 10월 2.2%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KDI도 고금리 영향으로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내년 민간소비 '둔화'
 
내년 민간소비 전망치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고금리와 높은 가계부채로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내년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내년 민간소비 전망치는 1.9%에 그쳤습니다. 민간소비는 2022년 4.1%, 2023년 2.0%를 기록하는 등 매년 하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투자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투자 부문을 보면 설비투자는 2.1% 증가한 반면 건설투자는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미분양 증가 등으로 올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력산업의 경우는 13개 중 11개의 내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ICT 수요 회복에 따라 반도체 등 IT신산업군이 수출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 세계적인 소비 심리 위축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13대 주력산업의 내년 수출 전망을 보면 이차전지(-2.6%), 석유화학(-0.5%)을 제외한 대다수 산업은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올해보다는 5.2% 증가한 504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차전지 수출은 글로벌 OEM사의 전기차 생산목표 하향 조정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석유화학은 중국 자급률 상승으로 국산제품 수입 수요가 감소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그래픽은 세계 권역별 및 주요국 경제성장률 추이와 전망. (그래픽=뉴스토마토)
 
글로벌 경기 부진 '변수'
 
산업연 측은 내년 주력 수출 품목 대다수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면 수출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산업연은 내년 반도체 수출을 회복세로 전망하나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년 반도체 수출 회복의 부정적 요인은 최대 반도체 수입 국가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수출은 중국업체 글로벌 판매 전략 강화, 일본업체 경쟁우위 차종인 HEV 수요 증가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보통신기기는 소비 심리 저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조선업도 해운경기의 더딘 회복 등이 리스크로 꼽혔습니다.  
 
앞서 IMF와 OECD도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IMF가 발표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올해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OECD는 2.7%(올해 3%)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 IMF는 1.5%(올해 2.1%), OECD는 1.3%(올해 2.2%)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도 IMF 4.2%(올해 5%), OECD 4.6%(올해 5.1%)로 전망했습니다. 
 
"첨단전략산업 투자…신 먹거리 절실"
 
때문에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의 산업적·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연신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날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 산업의 성장 전략 재설계'를 주제로 진행한 '제2차 산업정책포럼'에서는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새로운 먹거리 발굴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습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인내자본, 규제완화, 외투유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한국판 테마석(정부가 출자한 투자지주회사)을 설치해 첨단산업의 본질적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해 주면 민간 투자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현경 산업연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우리의 현 위상을 진단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며 "디지털헬스케어, 대체식품 등 신 비즈니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위해 규제혁신과 민관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사진은 인천신항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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