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패션업계 침체가 장기화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상품력 개선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는 4인의 패션·유통 전문가에게 패션업계 실적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 한계점에 대한 의견을 구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패션평론가),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여했습니다.
올해 패션업계 실적을 보면 1분기에서 3분기로 갈수록 매출액과 영업익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올해 4분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4분기는 패션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며 성장세가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자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서 옷을 안 사다보니 패션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비자 심리가 회복되는 데는 일정한 주기가 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의류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 교수는 "고급 의류·기능성 의류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국내는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패션업계를 참고해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동현 FCL코리아 대표(패션평론가)는 패션업계의 체질 개선에 있어선 상품력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고 최근 트렌드에 맞는 상품력이 경쟁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체질 개선의 또 다른 방안으로 원가 경쟁력도 제시했습니다. 현재 패션 제품들의 원가는 국내의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서 지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이 때문에 소싱처를 다양화하고 생산력에 따른 원가 절감에 프로세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패션업체 기업은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다.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실적 부진으로 단기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면서 "패션 상품을 기획하는 데는 1년 반 정도 소요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겨울 시즌 제품이 작년에 기획됐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하반기에 상품을 빠르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패션업계에선 생산 기획 기간을 단축하고자 반응생산(QR:quick response) 시스템을 구비해 기동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로선 단기간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QR 시스템을 잘 갖추고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가 제일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패션업계에선 정확한 타겟층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저성장 기조에서 가처분 소득이 계속 감소하는 경우에는 자유재량적 소비를 할 수 있는 품목인 의류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이 교수는 "예전처럼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산라인을 잡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주력 라인이나 타겟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의류와 시스템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울러 "무엇보다도 실적 부진을 겪게 되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기존 고객과의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경제가 어렵게 되면 소비가 양극단으로 나뉘는데 브랜드나 생산사별로 어디를 타깃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류 같은 경우는 날씨에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날씨 요인이 주효 요인으로 본다"면서 "명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단 예전의 빈폴 같은 스테디셀러적인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패션을 소비하는 구매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쉽게 질리는 특성을 가져 제품 수명주기는 짧은 편에 속합니다. 이 교수는 "옷 트렌드 주기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 스테디셀러적인 제품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셀럽이랑 연계해 인기를 끌 수 있는 아이템을 수시로 수입하고 교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