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오후 10시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반도 평화 안전핀인 '9·19 남북 군사합의'가 5년 만에 무력화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맞대응으로 9·19 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이에 반발한 북한이 사실상 전면 파기를 선언한 겁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4·27 판문점 선언도 파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퇴행하는 남북관계…한반도 긴장 '고조'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를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발표했고, 우리 정부는 전날 9·19 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의결한 뒤 즉각 최전방에 감시정찰자산을 투입했습니다.
이에 국방성은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합법적이며 정당한 주권행사"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자위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주권행사이며, 이를 이유로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우리 정부 쪽에 책임이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국방성은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습니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의 도발적 군사 행동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방부는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남북 모두 9·19 합의를 무력화하며 남북관계가 합의가 체결된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4·27 파기 땐 '우발 충돌' 상시화
특히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남북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더해져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1일 밤 정찰위성에 이어 전날 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습니다. 향후 남북이 ‘말의 전쟁’을 넘어 군사적 움직임으로 맞물린다면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교환한 뒤 서로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계 안팎에선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까지 파기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2018년 4월27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의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남북 화해·협력 방안이 담겼습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다짐한 '적대 행위 전면 중지'는 9·19 합의라는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9·19 합의까지 포괄하고 있는 4·27 판문점 선언마저 파기될 경우 남북 간 우발적 군사충돌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4월7일 이후 남북의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소통할 수단이 사라진 데다가, 9·19 합의까지 무력화되면서 남북 간 예기치 않은 군사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최소화할 위기관리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