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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17: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증자공장이란 악평을 받는
진원생명과학(011000)이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세 차례 정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앞서 진원생명과학은 19년째 이어진 적자에도 수십억대에 달하는 경영진의 연봉이 지급돼 논란이 일었다. 최근 바이오 종목의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진원생명과학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어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3번 정정 끝에 또 유증…도대체 흑자는 언제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유무상증자결정 정정공시를 통해 내년 2월6일 신주 상장을 목표로 667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혔다. 모집 증권 수량은 총 2200만주에 모집가액은 3030원으로, 유상증자로 확보할 667억원 중 발제비용을 제외한 금액에서 26억원은 시설자금에 623억원은 운영비용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상증자 이후 주당 0.2주의 무상증자도 진행된다.
앞서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월16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로 818억4000만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30일과 6월22일, 8월17일 등 3회에 걸쳐 진원생명과학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공시를 하면서 유증 시기가 미뤄졌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미국 공장 운영과 신약개발에 사용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유상증자가 취소될 경우 수차례에 걸쳐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투입한 미국 자회사인 VGXI의 신규 공장의 운영이 어렵고, 투입 자금 회수도 어려워 최악의 경우 부도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연이은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주주게시판의 한 소액주주는 "많은 주주님들은 회사가 비록 흑자를 못 내고 있지만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하셨고, 주가가 하락 중에도 회사를 믿었기에 이전 유증을 받아들였다"라며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서도 마련된 대부분의 돈이 이번에도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직원들의 월급, 성과급에 사용될 뿐이고 현재 대표는 대표자리를 연명하고 있는 수준"라고 지적했다.
20년 연속 적자에 말라가는 현금 자산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VGXI의 플라스미드 DNA 생산 공장 전경 (사진=진원생명과학)
실제 진원생명과학은 제약업으로 주 업종을 변경한 지난 2004년부터 약 20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개년도 실적에선 2018년 135억원, 2019년 110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2억, 2022년에는 4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년간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만 1054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만성적자의 요인으로는 연구개발비가 소요됨에도 이렇다 할 만한 매출 실적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꼽힌다. 반면 박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은 연구 개발비에 필적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1년엔 연구비로 114억원을 2022년엔 121억원을 사용했다. 올해 3분기까지도 52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됐다. 평균 100억원 내외의 연구개발비가 사용되는 반면 박 대표는 지난해 무려 10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경영진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박 대표는 매년 진원생명과학과 미국 VGXI에서 총보수로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등의 보수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현금성 자산도 말라갔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진원생명과학의 현금성자산은 21억원으로 단기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하면 약 8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원생명과학이 판로 확대를 위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미국의 자회사 VGXI의 공장 또한 사실상 현금을 갉아먹는 짐이다. 지난 2022년 기준 VGXI의 자산 총계는 2021년 약 1170억원에서 1510억원 규모로 상승했지만, 부채총계 역시 약 1000억원에서 146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특히 자본총계에 있어서는 지난 2021년 약 126억원에서 49억원으로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이어 당기순손실도 2021년 8억원 손실에서 2022년 88억원 손실로 늘어났다.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향후 자금조달 지속 가능성 의문
주주들의 반발과 시장 여론의 악화로 결국 오는 12월28일에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진원생명과학은 "정관 변경 중 임원 보수 한도를 현실화하는 내용도 검토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해명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최근 논란이 된 '황금 낙하산' 조항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진원생명과학의 정관에선 △임기 중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해 해임되는 경우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경우 △사유를 불문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되는 경우 이사 60억원, 대표이사 100억원의 보상금을 받는 조항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상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에 해당하고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는 등 여건 상 어려움이 많아 사실상 여론 무마용이 아니냐는 주주들과 시장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는 상태다.
주주들의 반응과 함께 이번 유상증자에선 금융투자업계의 시선도 싸늘하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예전 같지 않아 흥행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완화 이후 바이오 붐에 편승했던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담당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영업 개선세가 확고한 업종의 유상증자를 비롯한 자금조달에서 무난한 조달이 이뤄졌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은 만기가 돌아오는 건에 대한 상환도 힘들 정도로 업종별 차이 확대가 이뤄졌다"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은 업계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비즈니스였으나 바이오 종목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낮아진 지금은 상황이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발생 시 발생하는 실권수수료는 잔액인수금액의 15%로 책정됐다. 앞서 연이은 적자로 시장의 차가운 시선을 받던 CJ CGV의 유상증자 실권수수료가 9%대임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의 어려움을 가늠케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진원생명과학은 자금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공시 내용 이외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에 처음 유상증자를 신청해 지금에 이른 만큼 현재로서는 공시에 나와 있는 내용 이외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라며 "대표의 보수 관련해서도 향후 80% 삭감 등이 이뤄질 예정이고 추후에 비용 문제 관련해서도 논의된 내용이 발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