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금난을 겪는 바이오텍 상장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 자금 조달처였던 전환사채(CB)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도 커지면서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빚부터 갚으려는 모습입니다. 주주들의 투자금으로 빚을 갚거나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소액 주주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했거나 추진 중인 상장기업은 총 28곳(현물출자 제외)인데요. 이 중 42.86%인 16곳이 제약바이오기업으로 확인됩니다. 전날
메드팩토(235980)의 경우 1159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유상증자에 나서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운영자금이나 차입금 상환이 유증의 주목적으로 확인됩니다.
메디포스트(078160)를 제외한 15개 기업이 임상비용이나 직원급여 등 운영자금 목적을 넣었으며, 절반에 해당하는 8곳이 채무상환을 자금사용계획에 추가했습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입니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 후 정해진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을 수 있죠. 반대로 주가가 부진하면 메자닌 투자자는 풋옵션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투자한 바이오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권이 무용지물이 되자, 바이오 기업들이 CB 투자자들의 투자금 보전(풋옵션 행사)에 대비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이 유증 결의의 이유가 됩니다.
그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요. CB 차환발행을 통한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자 유증에 나서고 벌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규제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CB 투자자 모집도 힘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당장 유증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유증 이후에도 유동성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오텍기업의 특성상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신약개발 과정에 필요한 기간은 10~15년 이상, 비용은 2~3조원 규모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유증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자금을 모두 쓰고 난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16개 기업 중 14곳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나머지 2곳 역시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1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진원생명과학(011000)의 경우 유증 금액 대부분이 직원 급여로 나갈 예정이죠. 회사의 주 수입원이 유상증자인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임상 계획만 밝혀도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하락과 함께 CB 규제도 이어지면서 차환발행을 통한 채무상환도 힘들어졌다”며 “당장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약바이오 연구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