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용 후판의 경쟁력이 저렴한 수입성 후판 증가로 지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철강사들이 비조선용 후판 판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 시장이 매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자 하부 구조물에 쓰이는 후판의 공급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2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10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92만톤(t)으로 전년동기대비 43.7% 증가했습니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 제품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여기에 일본산 후판도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따라서 조선 업계와의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조선업계가 저렴한 수입산보다 높은 가격의 국내 철강사 후판을 사용하기에 부담이 커 후판 가격을 인하 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강사들은 이같은 상황에 조선용 후판 공급 비중을 낮출 전략입니다. 김정환 현대제철 후판사업부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가격 측면에서 중국산 대비 열위에 있어 공급에 애로 상황이 있다"며 "많을 때는 전체 후판량 55% 까지를 조선향으로 공급했으나 올해나 향후에는 그 비중을 낮춰 45% 미만대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제철이 제작한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철강사들이 비조선용 후판 공급량을 늘릴 분야 중 하나는 해상풍력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유럽연합 주요 발전원 전망 자료에 따르면, 육·해상 풍력 발전 비중이 매년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풍력 발전은 연간 18%씩 성장해 오는 2040년에는 태양광과 원자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 에너지 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활발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영국 기업인 코리오(CORIO)와 비피(bp)로부터 11억6000만 달러(1조5000억원) 규모 투자신고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코리오는 영국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의 해상풍력 개발 전문기업입니다. 부산과 울산, 전남 등에 총 2.9GW 규모로 8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 중인데, 이번 투자로 해당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화할 예정입니다.
비피는 한국 남해안 지역에 개발 중인 해상풍력 발전단지 관련 투자를 신고했습니다. 이로써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에 철강사들은 해상풍력 설비의 하부 구조물로 쓰이는 후판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시장이 커져서 하부 구조물에 쓰이는 후판과 강관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