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최후통첩 'D데이'...파국 맞는 '혁신안'

'쇄신·희생' 없고 '공천 갈등'만…'조기 해산' 수순
각종 설화에 내홍까지…실패로 끝난 여 혁신위

입력 : 2023-12-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던진 최후통첩의 날이 밝았습니다.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한 혁신안과 함께 본인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제안에 대해 4일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는데요. 사실상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셀프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라, 혁신위에 남은 카드는 '조기 해산'뿐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당의 체질 개선은커녕, 내부 갈등과 각종 설화 등 약점만 노출한 채 성과 없이 해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물론 김 대표 역시 자신이 세운 혁신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되면서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쇄신과 희생은 없고 공천 갈등만 남은 혁신위의 '한 달'이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 대신 '파국'으로 치닫는 결정적 장면을 짚어봅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대통령은 나라님"…'수직적 당정관계' 모르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은 '수직적 당정 관계'였습니다. 때문에 혁신위 출범 당시 국민을 비롯해 당 안팎의 목소리도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적 관계 재정립'이었습니다. 즉 '건강한 당정 관계' 수립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오히려 혁신의 불똥이 용산을 향할까 조심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나라님"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측에서) 지금 하고 있는 임무를 소신껏 끝까지 다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고 말하는 등 '윤심'(윤 대통령 의중) 눈치를 살피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은 나라님' 운운하는 순간 혁신위의 입지를 앞장서 좁혔고, '윤심 논란'을 자초하는 순간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뒤흔들었다는 평가입니다.
 
②"부모 잘못"…'설화 리스크'도 위기 자초
 
인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 참석해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발언했다가 '패륜' 논란에 휩싸이며 혁신위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측과 민주당은 '패드립(패륜적 농담)'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은 쏟아냈고,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인 위원장의 발언에 여야 모두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인 위원장은 다음 날인 27일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했다"며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공식 사과문에 이어 방송 인터뷰에서도 "애가 잘못되면 어른이 지적받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마디 한 게 부모님께 화살이 가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인 위원장의 '설화 리스크'는 혁신위 이미지 훼손은 물론,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혁신위의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③"혁신위는 시간끌기용"…'혁신위원 헛발질'도 결정타
 
혁신위 내 '집안 싸움'도 파국으로 치닫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비정치인 출신인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지난달 23일 혁신위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김경진 혁신위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면서 이들은 혁신위 활동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뒤따랐다는 설명입니다.
 
인 위원장은 다음 날 직접 나서 사퇴 위기를 수습했지만, 내부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혁신위의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이 같은 발언은 혁신위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혁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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