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의 반격…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재점화

장남 조현식, MBK와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
성공시 차남 조현범 제치고 최대주주로
2020년 조양래, 조현범에 지분 전량 매각하며 갈등 촉발
최근 조현범 사법리스크 고조에 본격 재차 경영권 다툼
조현범 지분율 42%로 방어 가능할듯…"위기상황 아냐"

입력 : 2023-12-05 오후 2:09:06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섭니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현재 최대주주이자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제치고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요. 2020년 이후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재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 조현식 고문.(사진=한국앤컴퍼니)
 
MBK파트너스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고 5일 공시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으로 전날 종가(1만682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8.9%를 더한 가격입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총 발행주식 수의 최소 20.35%(1931만5214주)에서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매입합니다. 인수 주체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주식회사 벤튜라로, MBK파트너스스페셜시튜에이션스2호펀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벤튜라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주주인 조 고문, 조 명예회장 차녀인 조희원 씨와 지난달 30일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사실상 조 고문과 조희원 씨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대결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 조희원씨 10.6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후 최소 지분 취득의 경우 벤튜라가 20.35%를 보유하게 돼 조 고문 측 지분율은 49.89%가 됩니다. 최대치는 56.86%입니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03%로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 고문 측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구조.(그래픽=뉴스토마토)
 
벤튜라는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한국앤컴퍼니는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경영권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선, 경영 혁신, 주주 가치 제고 및 재무 구조 효율화를 추진,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로 한국타이어 일가의 형제의 난은 3년여 만에 다시 촉발될 전망입니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에게 넘겼습니다. 조 회장은 최대주주로 올라섰죠.
 
이에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후 이듬해 12월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회장으로 선임되고 조 고문은 부회장에서 고문으로 밀려났습니다. 지난해 법원이 한정후견 개시 심판까지 기각하면서 자녀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과 계열사 간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회사가 사법리스크에 빠지자 조 고문 측이 재차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또 재판부가 성년후견을 받아들일 경우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 간 지분 매매가 무효화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남아있습니다.
 
다만 조 고문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 측이 가격을 올려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지분 8%가량만 더 확보해도 지분율은 50%를 넘어가기 때문이죠.
 
또 공개매수 결정으로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가격(2만원)을 넘어선 것도 조 고문 측에는 부담 요인입니다. 이날 12시 기준 2만1850원으로 전일 대비 29.9% 올라 주주 입장에서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조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본인이 보유한 지분 외에 8%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거나 공개매수 기간의 주가를 2만원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상황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 매수 성공시 한국앤컴퍼니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0%를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는 경우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이사 총수의 절반을 초과하는 수의 이사를 지명하며 조  고문과 조희원 씨는 이사 총수에서 MBK파트너스가 지명한 이사의 수를 뺀 수에 1명을 더 뺀 수의 이사를 지명하기로 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이사 지명권을 조 고문 측보다 더 많이 가져가 사모펀드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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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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