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리니지' 아닌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쓰론 앤 리버티(TL)'를 7일 오후 8시 출시합니다. 모바일판 리니지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씨는 앞으로 TL을 통해 자사 MMORPG의 재도약 가능성을 확인받게 됩니다.
7일 오후 8시 출시를 앞둔 ‘쓰론 앤 리버티’ 포스터. (사진=엔씨소프트)
외연 확장 과제
TL의 사전 예약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엔씨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이어진 사전 캐릭터 생성은 처음 5개 서버로 시작해 총 16개 서버가 동원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만 20만개가 넘습니다.
다만, 기존 리니지나 리니지라이크 게이머가 남보다 먼저 강해지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라는 게 게임계 관측입니다.
엔씨는 이보다 넓은 사용자층 확보가 절실합니다. PC 온라인 게임 매출의 세 배로 실적을 견인해 온 모바일 게임 매출이 최근 줄줄이 하락세인데요. 우선 '리니지M' 매출이 1분기 1301억4800만원에서 3분기 1196억1400만원으로 하락했습니다. '리니지2M'은 같은 기간 730억5900만원에서 549억2600만원으로 200억원 가까이 줄었고요. '리니지W'도 1225억5700만원에서 900억77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지역별 매출 확장도 요원합니다. 엔씨의 올해 3분기 매출은 4231억800만원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 매출은 1분기 3037억1600만원에서 3분기 2763억70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아시아와 북미·유럽 매출도 하락세입니다. 지난해 3분기 1407억8700만원이던 아시아 매출은 올해 3분기 783억7600만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북미·유럽 매출도 같은 기간 447억9900만원에서 330억7300만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지역별 매출. (자료=엔씨소프트)
엔씨는 성장의 근간인 MMORPG 사용자를 세계 단위로 확대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베타테스트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담금질을 해왔습니다. TL의 장르는 기존 리니지와 같은 MMORPG이지만, 콘솔과 PC용으로 만들고 자동사냥도 없앴습니다. 무기 강화 과정에서 아이템 파괴도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3분기 마케팅비도 TL을 포함한 신작과 구작 광고로 전 분기보다 126% 오른 276억5800만원을 썼습니다.
특히 TL이 엔씨의 첫 콘솔 도전작이라는 점이 중요한데요. 엔씨에선 자동사냥을 없앤 것에 대해 북미 테스트 결과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각 잡고 하는' 콘솔 게임의 특성을 TL에 적극 반영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북미 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에 달했고, 유럽도 콘솔 게임 규모가 37.7%로 가장 컸습니다. 게다가 2021년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이 22%(484억3100만 달러)로 1위입니다.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P2W 불안 없애
TL은 '페이 투 윈(P2W)' 없이 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게이머 사이에선 5월 비공개 테스트 당시에 있던 P2W 상품이 정식판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리니지와 다를 게 없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에 엔씨는 "모든 수집 콘텐츠는 인게임 습득만으로 완전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유료 재화 '루센트'를 써 추가 경험치와 보상을 얻는 '특급 의뢰'를 없앴다고 밝혔습니다. 프리미엄 패스 상품에 들어있던 '럭키 콜렉터'도 삭제됐는데요. 이는 일부 귀속 재료를 거래 가능 재료로 바꾸는 기능이 있어, 상품 구매가 필수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제 남은 건 작품성과 플랫폼별 게임성 평가입니다. TL은 이날 국내에서 PC판으로 먼저 출시됩니다. 하지만 게임패드를 PC에 연결해 콘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깐깐한 콘솔 사용자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엔씨가 TL에만 미래를 맡기는 건 아닙니다.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는 2024년 상반기 닌텐도 스위치와 PC, 모바일로 출시됩니다. 같은 해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도 모바일과 PC 플랫폼으로 전 세계 출시됩니다. MMO(다중접속) 슈팅 'LLL'도 실제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개발이 한창입니다.
김택진 엔씨 대표도 최근 8년만에 세운 지스타 부스에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개발도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그 부분을 새롭게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엔씨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우선 그간 강점을 보인 MMORPG의 신작인 TL로 신규 게이머 확보와 매출 견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종옥 TL 프로듀서는 최근 '프로듀서의 쪽지'에서 "언제나 유저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정식 출시하는 날 여러분께서 즐거운 마음으로 TL에 접속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