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 경축 연회에 참석 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연회는 평양에 위치한 국빈용 고급 연회장 목란장에서 열렸으며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도 함께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 정권의 '4대 세습' 후계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사이 노출 빈도는 물론 공식 석상에서의 예우까지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도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를 놓고 후계 구도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단순 선전이라는 분석이 혼재합니다.
등장 1년 만에 '샛별 여장군'
김주애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13년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방북했을 때 입니다. 당시 로드먼은 갓난아기인 김 위원장의 딸을 안아봤다고 말했습니다. 로드먼의 전 매니저 크리스 볼로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아들과 관련해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주애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건 9년이 지난 2022년 11월 화성-17형 발사 계기입니다.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김주애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나타났으며, 지난 1년여 동안 총 19차례에 걸쳐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중 16차례가 군사분야 관련 행사입니다.
김주애에 대한 예우도 격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김주애는 어머니인 리설주, 당 비서들과 함께 귀빈석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8일 북한정권수립일인 9·9절 경축행사에서는 특별석 정중앙에 마련된 주석단 특별석에 자리했습니다. 여기에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김주애에게 무릎을 꿇고 속삭이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관련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후계자 시절) 김정일에게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무릎을 꿇는 장면이 박정천이 주애에게 무릎 꿇는 장면으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RFA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김주애에게 '조선의 샛별 여장군'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김주애에게는 '사랑하는 자제분'·'존경하는'·'존귀하신' 등으로 호칭이 붙었는데, 이번에는 샛별이라는 표현이 붙은 겁니다. 북한은 보통 '태양'이나 '해'를 지도자로 별을 지칭하는 '샛별'은 후계자를 상징하는 뜻으로 써왔습니다.
지난 9월 북한 조선중앙TV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 75주년 민방위무력 열병식 녹화중계 화면에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능성 열렸지만 "섣부르다"
그간 '김주애 후계자설'에 거리를 두던 우리 정부는 최근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정은이 딸을 지속해서 부각하는 것은 (북한이 처한) 어려움 속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조금 석연치 않고 좀 따져봐야 될 점이 있기 때문에 100% 확신하는 건 맞지 않겠지만 얼마 전까지는 '김주애가 후계자일까'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김주애가 후계자일 것 같은데 맞느냐'라고 따져보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도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북한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체제지만 사실상 군주제 국가"라며 "때문에 이런 사회 구조에서는 김정은의 자녀들 가운데 후계자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정일이 김정은을 만 8세 때 후계자로 사실상 내정을 했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남 혹은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확산이 됐던 것"이라며 "아직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것은 아니지만 후계 수업을 시키고 있는 것이고, 김여정은 당연히 제외가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사회적 통념상 여성이 후계자에 오를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북한 국민들, 간부들에게 사실상 결정권이 없다"며 "북한 사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서 여성이 지도자가 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아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봐야하지만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최근 김 위원장이 '어머니 대회'라는 것을 열었는데,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존중하고 위상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김주애의 미래를 위해 또 하나의 토대를 만드는 차원 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후계자가 김주애냐라는 논쟁에는 의미가 없으며, 10살 밖에 되지 않은 딸을 군사 분야 성과에 집중 홍보하는데 활용하면서 북한 사회 내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그간 후계자로 거론됐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임 교수는 "김 부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권력 행사의 노하우를 쌓아온 사람"이라며 "아무리 조카라고 하지만 권력의 세계에서는 맹목적으로 충성을 받칠 가능성도 높지 않은 만큼 변수가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연대 대표는 김주애를 '선전'으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북한 체제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비밀 사항 중 하나가 후계자 문제"라며 "이렇게 섣부르게 후계자를 꺼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후계자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는 국제사회에 '정상국가'임을 강조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의 과정으로 보인다"며 "김주애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것 역시 김 위원장을 위한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