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민간에 개방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과도하게 쏠린 권한은 없애고 독과점 척결을 위한 민간 '경쟁구조'로 재편합니다.
또 감리·설계·시공 간 상호견제 체계도 구축하는 등 아파트 부실시공 요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1년 정부는 LH에 대해 고강도 구조 개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LH 직원들의 신도기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로 이른바 '엘피아(LH+마피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LH는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된 셈입니다.
12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현행 LH 단독 또는 민간건설사와 공동으로 제한한 공공주택 사업은 민간건설사가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 만족도 등 평가결과를 비교해 더 잘 짓는 시행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향후 공급 계획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다른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민영화 사례에 비추어보면, 공공주택 공급구조 재편의 경우 민간에 개방되는 부분이 정확히 공공주택 분야 전체의 경쟁력 강화 또는 사회적 이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에게 사업참여요인으로 인센티브를 너무 크게 주면 특혜시비가 제기될 수 있고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면 참여업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LH 권한도 대폭 축소합니다. LH가 주택건설 과정에 독점한 이권의 핵심인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권한을 전문기관으로 이관하는 등 이권 개입 소지를 차단합니다. 설계·시공은 조달청으로, 감리 업무는 국토안전관리원으로 각각 이관합니다.
또 2급 이상 고위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사업에 입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 대상도 2급 이상(부장급)에서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합니다.
12일 국토교통부는 감리·설계·시공 간 상호견제 체계를 구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LH가 시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사진=뉴시스)
LH 중심의 건설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서는 감리가 독립된 위치에서 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를 재설계합니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확대합니다. 선정방식도 단순 명부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합니다.
아울러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합니다.
또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는 민간공사까지 확대합니다. 설계 변경 때에는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는 등 설계와 시공 간 상호검증 체계를 강화합니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도록 현장 점검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합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하여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