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게임은 빛과 그림자가 짙었습니다. 이른바 3N으로 불려온 넷마블·엔씨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3N 중 유일하게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한 넥슨마저 게임 내 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이며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반면 20년 만에 찾아온 패키지 게임의 부흥과 장르 다변화 등은 2024년 게임업계의 약진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N(넥슨·넷마블·엔씨)과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그리고 컴투스·위메이드, 네오위즈·펄어비스 등 올해 누적매출 기준 상위권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한해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넥슨의 2023년은 찬사와 갈등이 교차하는 해입니다. 넥슨은 3N(넥슨·넷마블·엔씨) 중 유일하게 실적을 경신하고 한국 패키지 게임의 미래도 열었지만, 연말에는 게임 속 혐오 표기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적은 파죽지세입니다. 넥슨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3387억7900만엔(3조742억원)에 영업이익 1301억9900만엔(1조181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와 40% 오른 수치입니다. 이미 3분기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인 3537억엔(3조3946억원)에 근접한 데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037억엔(9952억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올해 3분기 'FC 온라인'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PC 온라인 스테디셀러가 제 몫을 했지만, 200만장 팔린 패키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3분기 북미·유럽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8% 올랐는데, 넥슨은 이를 데이브 덕분이라고 자평합니다.
넥슨 산하 스튜디오 민트로켓이 만든 이 게임은 주인공 '데이브'가 주변 등쌀에 얼떨결에 해양 탐험과 초밥집 운영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2D 도트(점)을 강조한 그래픽으로 배불뚝이 털보 데이브와 각종 캐릭터의 개성을 살렸습니다. 데이브의 물고기 사냥과 초밥집·양식장 운영,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평점 90점으로 '반드시 해야 할 게임(Must Play)' 평가를 받았고, 2023년 게임대상에선 최우수상도 탔죠.
신작 패키지 게임도 기대를 모읍니다. 네오플 액션 스튜디오가 만드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몰락한 대장군의 처절한 복수극을 다루며, 독자적인 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개발됩니다.
한편으론 법적 분쟁과 게임 내 혐오 표현 논란이 넥슨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넥슨은 중세 판타지 PC 게임 '다크앤다커'를 둘러싸고 아이언메이스와 다투고 있습니다. 앞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설립자 A씨가 자사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 미출시작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 유출했다며, 올해 4월 수원지방법원에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6월 심리를 마쳤지만, 이달에도 채권자·채무자 보충 서면과 서증을 받으며 장고하고 있습니다.
B2C 기업에 치명적인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넥슨 게임들의 동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보면, 맥락 없이 갑자기 남성 혐오 손가락 모양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의혹이 일었는데요. 넥슨은 즉시 대처에 나섰지만, 이후 남성 혐오가 아닌데 무리한 대응에 나섰다는 반대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하청의 혐오 표현 삽입에 따른 넥슨의 손해 발생 여부 확인'은 넥슨과 납품사인 스튜디오 뿌리 측이 관련 자료 일체를 전면 공개하기 전까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