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역 계약 중 전체 건설사업관리의 77%, 설계공모의 78%를 전관업체들이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LH 혁신안에 대해서는 전관특혜와 예산낭비를 일삼아온 조달청 권한만 키워줬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실련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LH 발주 공사 및 용역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건설사업관리용역 총 계약금 5101억원 중 76.9%에 해당하는 3925억원을 전관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업이 수주했습니다. 전체 계약은 112건(일반경쟁 104건, 수의계약 8건)으로, 이중 69건(61.6%)을 전관업체 컨소시엄이 가져갔습니다.
특히 계약금 상위 1~23위 사업에 전관업체가 대표업체나 공동이행, 분당이행 등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액 70억원 이상인 25개 사업 중에서 전관업체 참여 없이 수주·계약이 이뤄진 건 1건에 불과했습니다.
LH가 발주한 설계용역 계약도 전체 계약액(2475억원)의 77.8%인 1928억원을 전관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따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건수로는 전체 95건 중 68건(71.5%) 수준입니다. 건설사업관리용역과 마찬가지로 설계용역도 계약액 순으로 봤을 때 상위 1~11위 사업을 전관업체 컨소시엄들이 따냈습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LH용역 전관업체 수주과점 실태 분석결과 발표 및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실련은 또 LH 전관 영입업체 현황을 공개했는데, 현재 LH 전관 142명이 60개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LH 전관 명단에서 나온 95명(71개 업체)에서 2년 사이 46명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관업체들의 수주 과점 원인으로 경실련은 입찰담합이 가능한 종합심사낙찰제를 꼽았습니다.
LH 용역 심사는 기술점수(80%)와 가격점수(20%)를 더하는 종합심사낙찰제로 진행됩니다. 심사위원 평가에 좌우될 수 있는 기술점수 비중이 높아 로비 경쟁을 유도하고, 그러면서 LH 전관 영입업체들이 계약에 유리한 구조라는 게 경실련 측 설명입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가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촉발된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킨다는 취지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며 “나아가 가장 권한이 많은 공공발주청과 인·허가기관(지자체)의 책임부여 대책은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전관근절 특위 운영해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발표한 ‘LH 혁신·건설카르텔 혁파방안’에서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LH의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권한은 전문기관으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설계와 시공업체의 선정 권한은 조달청으로, 감리업체 선정과 관리·감독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이관됩니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안전을 위한 시민제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전관특혜와 예산낭비를 일삼아온 조달청 권한만 키워주려 할 뿐”이라며 “LH 용역사업에서 특혜와 반칙은 LH라는 조직 문제가 아니라, 불공정한 사업수행 방식에 원인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관특혜는 특히 LH 등 발주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토부와 조달청, 기재부 등 중앙부처 전반의 고질적 병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전·현직의 국무총리들까지 전관특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대통령 직속 ‘전관특혜 근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