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유럽서 10위권 밖으로…'전기차 보호주의' 경계

올해 전기차 유럽 판매 순위 11위 그쳐
테슬라 저가공세·내수침체 영향
독일 보조금 중단, 프랑스판 IRA 시행 등
전기차 무역장벽 높아져 가격경쟁력 관건

입력 : 2023-12-18 오후 2:40:1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프랑스가 최근 '프랑스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들어가는 등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전기차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현대차의 전기차 수출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8일 유럽 주요 15개국 전기차 통계 전문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현재까지 6만557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9.7% 감소했습니다. 전기차 판매 순위는 11위에 그쳤습니다.
 
현대차 전기차 유럽 판매량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5위에서 크게 떨어졌는데요. 201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매년 4~6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판매량도 매년 상승하다 올해 처음 역성장했습니다.
 
업계에선 테슬라 등 경쟁사의 저가 공세와 유럽 내 수요 침체 등이 겹치면서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실제 테슬라는 올해 31만291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0.9% 증가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둔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데다 '전기차 보호주의'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사진=현대차)
 
유럽에서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독일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6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삭감했고 내년 3000유로를 마지막으로 보조금 지원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1년 정도 앞당긴 것입니다. 영국과 스웨덴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도 내년 1월부터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즉 환경 점수를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가 자국과 먼 곳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환경 점수를 불리하게 매기는 기준을 적용하면서 지난 14일 공개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프랑스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 대부분이 제외됐습니다.
 
현대차는 체코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나 일렉트릭만 포함된 반면 르노,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의 전기차, 독일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Y, 토요타·닛산 등 일본 업체 모델 5종이 보조금 대상에 올랐습니다.
 
결국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 출시와 가격 인하, 환경규제 및 보조금 차등 지급 등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한 유럽시장 점유율 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주요 완성차 기업에서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유럽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가격저감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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