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 분식집을 운영하는 전모(34) 씨는 음식값 인상을 놓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주 고객층이 청소년 등 젊은 세대인 만큼, 최대한 저렴하게 음식을 판매하려 했지만 물가 인상으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전 씨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해가 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까 고민돼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 주부 진모(55) 씨는 새해맞이 기쁨도 잠시, 벌써부터 설 차례상 비용이 고민입니다. 김장 때 고물가 체감을 한 만큼, 여윳돈이 없는 가계 사정상 설 장바구니 물가는 걱정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진 씨는 "파김치를 담으려 쪽파를 보는데, 3배가량 비싸진 금액에 판매되고 있었다. 파김치를 포기하고 일반 배추김치만으로 김장했다. 이런 일을 겪은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설 장보기도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신년사 겸 취임사에서 물가 안정·민생경제 회복을 새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은 새해 시민들 모습. (사진=뉴시스)
2024년 새해를 맞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물가 고민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3.6% 고물가 상승률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대 물가 상승이 전망되면서 서민들의 고충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새롭게 경제 사령탑으로 자리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신년사 겸 취임사를 통해 밝힌 첫 일성 또한 '물가 안정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입니다. 부진한 내수 흐름과 민생 문제가 물가 안정 여부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지표를 분석하면 지난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1.9배에 달했습니다. 먹거리 물가만 6%대 고공행진을 기록한 셈입니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도 6.0%로, 11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반면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393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에 그쳤습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올해 물가 전망도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세계 경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다소 높은 물가 수준인 '중물가' 전망을 내놨습니다. 더욱이 저물가 시대가 재도래하기 어렵다며 '중물가 고착화' 현상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노시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도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중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저물가는 오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은 연 2.6%입니다. 상반기와 하반기 물가 상승률 전망은 각각 3%, 2.3%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은 2.6%입니다. 상반기는 2.9%, 하반기 2.6%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2%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 금리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빨리 인하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거시경제 지표라는 게 단기간에 나오는 게 아니다.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신년사 겸 취임사에서 물가 안정·민생경제 회복을 새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은 마트 내 장을 보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