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사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 속도를 높이고,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외부 자원 활용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외부 협력을 통해 공동 임상과 신약 공동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드는 비용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지난 10월 GC
녹십자(006280)와 면역질환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만성 염증성 질환을 표적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타깃을 공동으로 선정하고 신규 모달리티로 치료제 개발 공동 연구를 진행합니다. GC녹십자는 선정된 타깃에 적응할 수 있는 물질을 제작하고 특정 장기에 전달 가능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수행합니다.
동아에스티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 제약사 간의 협력을 진행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HK이노엔(195940)도 동아에스티와 공동으로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협약에 따라 HK이노엔은 자체 개발 중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저해제를 동아에스티는 단백질 분해 기반 기술을 공유해 EGFR L858R 변이를 타깃하는 차세대 EGFR 분해제 후보물질을 도출합니다.
(왼쪽부터)동아에스티 R&D총괄 박재홍 사장, HK이노엔 R&D총괄 송근석 전무. (사진=HK이노엔)
바이오업계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투셀은 12월 초 ADC(항체-약물접합체)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5개의 항암 타겟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한 후 특성을 평가하고, 인투셀은 링커와 약물을 기술로 제공합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깊은 지식과 정보를 요구해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형 제약사는 지분 투자로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바이오벤처 기업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벤처 기업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재무나 회계 등의 창업교육과 전문 멘토링을 받을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소, 대학 등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의 효율성과 성공률 확대 등과 같은 이유로 최근 국내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과 다국적 제약사의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을 상대하려면 오픈 이노베이션이 불가피하다"면서 "다국적사들도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서고 있고,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처럼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사들과 바이오텍이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혁신 신약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파트너는 무궁무진하다. 기업과 기업 간에 협력 및 인수합병을 하거나, 생산시설 확충이 필요한 경우 파트너를 물색해 방안을 도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신약을 개발하려면 만 분의 1 확률과 1조원 이상의 개발 투자 비용, 10년에서 15년의 개발 기간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때문에 기업과 연구자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며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파트너를 통해 서로 역할을 나누고 단계별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실헐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