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의 지분 2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지고,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입니다.
오리온은 이미 바이오 사업에 진출해 중국에선 산동루캉하오리요우가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 중이며 900억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국내에선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입니다.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초코파이' 명가로 불리는 오리온이 신사업을 바이오로 선택한 데는 식품업계의 특성이 반영됐습니다. 식품 산업 시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성장이 제한되고 있는 반면 바이오 산업은 시장 확대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현재 F&B(식음) 시장 같은 경우엔 내수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해외 진출을 모색하거나 신사업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통업계에선 오리온의 레고켐 인수를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선택지로 보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산업은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가 성장 국가라면 다른 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면서 "기업에선 사업의 다양화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좋은 조건으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품 산업은 매 시즌마다 변화가 많은 주기가 짧은 산업에 해당하는 반면 바이오 산업은 FDA 승인받는 기간을 포함해 주기가 긴 산업에 속한다. 때문에 오리온 측이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의 산업을 믹스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업계는 인구 밀도가 높아야 매출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어 시장 확대나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위협이 있단 판단을 오리온 측이 분명히 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사업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로 바이오를 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적 타격에 대한 우려로 주가 하락
증권가에선 이번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039490)은 지난 16일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 이상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 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가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오리온 측은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25%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연결대상이 아니라 지분법 평가(자회사의 실적을 지분율 만큼 모회사의 손익에 반영)만 가능하다"면서 "오리온그룹은 1년에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어 레고켐바이오측의 실적은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장기적 관점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탄탄한 바이오기업을 인수한 만큼 향후 오리온그룹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전통적인 식품회사 오리온이 식품을 통해 그간 캐시카우를 모았지만 미래 성장 축에서 볼 때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약 개발 회사인 레고켐을 인수해서 미래 가치를 창출할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투자와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어떻게 감내할 것인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