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유근윤 기자] 일시 봉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2라운드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해법'과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 총선 공천권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권'을 둘러싸고 양쪽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농후한데요. 최악의 경우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재의결된다면 양쪽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 봉합에도…"김건희 특검이 문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격돌이 종전이 아닌 일시휴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한 '김건희 리스크' 대응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 문제가 결국 언젠가 또 불거질 것"이라며 "현재는 봉합이라고 하지만 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는 "우리 당은 한 위원장이 얘기한 것들이 좀 더 구체화돼야 선거하는데 도움된다는 정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놓고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내 수도권 출마자들과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특별감찰관 도입 등 후속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내부에서 '김건희 리스크'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응답하지 않은 경우 한 비대위원장으로선 다시 한 번 김 여사 문제를 꺼내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확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문제와 연계시켜 윤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검법'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야권 의석수를 고려할 때 국민의힘에서 20표 안팎의 이탈표가 필요합니다. 당내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나 수도권에 출마하는 의원들이 '가결' 쪽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선 이번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선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비판한 김경률 비대위원의 거취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 김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이 불거진 만큼 김 비대위원 사퇴나 총선 불출마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사퇴 요구를 수용하면 대통령실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당 사무처 순방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별화 나선 한동훈…"'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 땐 불리"
국민의힘 '총선 공천권'도 화약고 중 하나입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요. 일명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공천 문제를 놓고 양측이 충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사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자기 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의 사퇴 요구를 버텨내면서 쌓은 이미지를 내세워 총선 대비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고,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우위를 보인다면, 한 위원장은 이러한 민심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위원장의 차별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양쪽의 다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차별화"라며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르면 굉장히 불리하다.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가면 정권 심판론이 잦아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90도 폴더 인사한 것은 태생적인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주용·유근윤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