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충돌에 이른바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이 친한(친한동훈)계로 변모하면서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계로 분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이 과정에서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대신할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여당 내 인사들은 대체로 친윤계와 비윤계로 나뉘었는데요. 특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충돌 이후 수도권 출마자와 비윤계 인사들 사이에서 한 비대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 균열이 일어난 가운데 그동안 한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에 발목이 잡혔는데요. 한 비대위원장이 현재 여권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하고 당내 세 결집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목소리 높이는 '비윤'…친한계 태동 시그널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 비대위원장을 옹호했습니다. 이어 "여기에서 만약에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물러나거나 대통령 뜻대로 한다면 진짜 국민의힘은 존재할 수가 없다. 풍비박산 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그 정도 상황이 되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은 온전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한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공천에 대한 입장 차이로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전날 한 비대위원장은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후 중도층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과 비윤계 의원들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힘 싣기에 나섰습니다. 태영호(서울 강남갑)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민후사'를 앞세운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은 다양한 정치개혁 메시지를 내세웠고, 국민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었다"며 "총선을 79일 앞둔 지금,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지난 21일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내면서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용 의원이 당 소속 의원이 속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윤 대통령의 한 비대위원장 지지 철회' 글을 공유하자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유경준(서울 강남병) 의원은 "국민을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면 된다"고 한 위원장을 응원했습니다.
지난해 11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왼쪽) 의원과 이용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판장 돌렸던 친윤계…이번엔 숨 죽은 채 관망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충돌 초기에 당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윤리위 제소나 의원총회 소집까지 주장하면서 사퇴를 압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수도권 출마자들과 비윤계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의 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총선 치르지 말자는 것과도 같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의원총회 소집은 불발됐습니다.
과거 두 차례 '연판장 사태' 당시 친윤계 의원들이 '여론몰이'에 나선 것과 달리 당내 호응이 별로 나오지 않는 모습인데요. 앞서 친윤계 초선 의원 50여명은 일전에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상대로 연판장을 돌리며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여당이 친윤계와 친한계로 분리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습니다. 이용 의원은 이날 오전 예정된 당내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는데요. 이 의원은 지난 21일 당 소속 의원이 속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찐윤'(진짜 윤 대통령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전용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소통하는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한 비대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정치적 입지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수도권 출마자들과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 '미래 권력' 입지를 다질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박주용·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