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범 이후 이어온 김성수·이진수 대표 체제를 버리고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를 수장으로 내세웠는데요. 신임 대표들은 사법리스크로 골머리를 안고 있는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카카오엔터의 IPO(기업공개)라고 입을 모읍니다. 과정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은
카카오(035720)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수사를 위해 카카오엔터 김성수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김 대표와 이 부문장이 공모를 통해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인수,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2020년 7월 200억원에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사들였는데, 당시 자본금은 1억원, 이익은 없는 적자 회사였습니다. 검찰은 이 부문장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씨가 투자한 회사를 거액에 인수하면서 매각 차익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수 당시 이 부문장은 카카오엔터 영업사업본부장이었습니다.
전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카카오엔터의 기업 가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신임 대표들은 4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IPO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왼쪽부터 권기수·장윤중 신임 대표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교체, IPO 성사 위한 시동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9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습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여전히 상장 주관사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일각에선 카카오엔터 상장 주관 계약이 지난해 연말로 만료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주관사 측은 "여전히 우리가 대표 주관사"라며 "당장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 등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IPO를 하기는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 교체가 IPO를 성사시키기 위한 시동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카카오 엔터 상장은 카카오의 숙원사업입니다. 카카오에 있어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계열사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지분 66.1%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기업 상장은 해외 대형 투자자들이 투자 시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기도 한데요.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제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월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형식으로 약 1조1600억원을 끌어 모은 겁니다. 당시 카카오엔터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1조3000억원에 달했는데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등 투자 유치 과정에서 카카오엔터는 IPO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 20~25조원 수준의 포석을 뒀다"면서 "현재 에스엠 인수도 종료된 상황이라 기업 가치 확대를 위한 방안이 신임 대표의 숙제로 제시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조 이상 기업 가치 상승 주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쇄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번 인사에서 새 인물을 통한 혁신보다 '내부 승진'을 택한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몇년째 제자리걸음인 IPO를 성사시키려면 몸값 재산정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을 중용했다는 해석입니다.
우선 권기수 신임 대표는 재무통이자 '융합 전문가'입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 카카오M 경영지원총괄 등을 지냈습니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 당시 CFO를 맡았으며 2021년 카카오페이지·카카오M·멜론 합병 당시에도 시너지 센터장을 맡아 재무·경영전략을 총괄했습니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스토리 부문, 뮤직 부문, 미디어 부문 등 사업영역을 3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각 사업이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 왔습니다. 시너지 부진의 이유로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중시하다보니 각 부문장의 권한이 강한 조직 문화가 발목을 잡았단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가 기업가치를 올리려면
에스엠(041510)(SM엔터)을 비롯해 사업 부문 간 유기적 결합을 강조합니다. IPO 관계자는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이 높더라도 시너지가 부족하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IPO에 앞서 계열사 결속 강화를 위해 융합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PO를 위한 우선 관전포인트는 작년과 올해 실적에서 이익 규모인데요. 에스엠 인수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폭에 관심이 갑니다. 현대차증권은 에스엠 인수 효과로 작년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상장 전 몸집 불리기로 SM엔터를 인수했다면 남은 건 글로벌 성장 동력 가속화를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인데요. 현재 카카오엔터는 북미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카카오에 합류한 장윤중 대표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유니버설 뮤직그룹 등 미국 쪽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카오그룹 내 콘텐츠 부문에서 뮤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1% 수준인데요.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음악사업으로 1조226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룹의 알짜 수익원을 글로벌로 확대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행보가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카카오엔터는 원래 포도트리(카카오페이지)에서 출발해 웹 소설만 하다 뮤직, 미디어까지 단기간에 큰 기업이 되다보니 각 부문 밸류에이션이 너무 달라져 있어 사업구조를 정리해야 본격적인 IPO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개별 상장을 통해 성과를 냈지만 쪼개기 상장과 임원 도덕적 해이 등이 겹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다"며 "카카오엔터의 IPO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