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빗썸이 거래 수수료 유료 전환 시기와 방식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대폭 늘린 점유율이 유료 전환 이후 신기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1일 코인마켓캡을 보면,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스팟(직전 24시간) 거래량에서 업비트 점유율은 57.4%, 빗썸 34.7%, 코빗 4.7%, 코인원 2.17%, 고팍스 0.8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빗썸 고객센터. (사진=빗썸)
업비트 점유율은 빗썸과 코빗, 고팍스가 지난해 10월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작한 이후 대폭 줄었습니다. 빗썸 등이 수수료 무료화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9월 업비트 평균 점유율은 87.2%였습니다. 당시 평균 점유율이 10.8%에 불과했던 빗썸은 현재 세 배 뛴 점유율로 업비트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 무료 정책이 해를 넘기면서, 수수료 유료 전환과 가입자 묶어두기라는 과제가 무거워졌습니다. 수수료 매출이 절대적인 거래소 입장에서 언제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연말부터 업계에선 "수수료 무료를 시행중인 작은 거래소들은 빗썸의 수수료 유료 전환만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제는 빗썸도 여유가 없습니다. 국내 점유율 확보엔 성공했지만, 결국 돈 버는 곳은 업비트이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를 받기 시작할 때 빗썸에 몰려든 소비자들이 그대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2025년 기업 공개(IPO) 추진을 위한 매출 100억원 요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유료 전환 시 업비트의 0.05%보다 저렴한 0.04% 수수료를 받는 방법이 거론됩니다.
빗썸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빗썸 관계자는 "창립 10주년 공지를 통해 여러가지 힌트를 시장에 제시했다"며 "올해 1월도 안 지난 상황에서 IPO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빗썸은 지난해 12월6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배구조 개선과 신규 거래지원 절차 투명화, IPO 추진 등을 내걸었습니다.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사법 리스크도 부담입니다. 이 전 의장은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4일 상고해 법원 판단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빗썸에 이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중인 코빗과 고팍스 등도 당분간 ‘버티기’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특히 코인 4종(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유에스디코인) 수수료만 무료인 고팍스는 빗썸이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해도 지금 정책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점유율 1등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이용자들이 고팍스에서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 다른 거래소와는 목적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