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인수, 악재였나…유료방송 지난해 실적 저조

LG헬로비전, 매출 늘었지만 수익성 감소
스카이라이프, HCN 영업권 손상처리 확대
규모 확대 노렸지만 케이블TV 인수 효과 무색
'견고한 IPTV'·'OTT 성장세 지속' 이중고

입력 : 2024-02-02 오후 4:54:2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료방송업계의 케이블TV 인수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매체 환경 속 케이블TV 실적이 저조한 까닭인데요. 앞서 유료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에선 케이블TV 인수전이 치열하게 펼쳐진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LG유플러스(032640)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037560)) 인수를 시작으로, 티브로드는 SK텔레콤(017670) 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 HCN은 KT(030200) 자회사 스카이라이프(053210)로 인수됐습니다. 이로써 통신3사의 케이블TV 시장 점유율이 86.57%에 달하게 됐지만, 정작 이 분야 실적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매출 1조19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치입니다.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수익성은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12% 감소했고, 45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키웠습니다. 회사 측은 "고금리 상황와 유료방송 업황 악화에 따른 영업권 손상으로 영업 외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카이라이프의 지난해 매출은 1조387억원으로, 지난 2022년 처음 돌파한 매출 1조원 기록은 지켜냈는데요. 다만 영업이익은 대폭 줄었고, 당기순손실로 전환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77.5% 감소했고, 1095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는 자회사 스카이TV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로 무형자산상각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고, 당기순손실은 HCN에 대한 영업권 손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영업권은 피인수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인수대가의 차이를 말하는데요. 영업권을 손상차손 처리했다는 건 스카이라이프가 HCN을 통해 미래에 회수가능할 수 있는 현금이 장부가액보다 하회할 것으로 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티브로드를 흡수합병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케이블TV 실적을 분리해 발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SK브로드밴드의 케이블TV 가입자가 지속해 감소하고 있는 점은 케이블TV의 실적 둔화가 비단 LG와 KT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암시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상반기 유료방송 통계자료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 가입자 점유율은 2022년 하반기 8%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7.74%로 더 낮아졌습니다. 
 
유료방송업계는 케이블TV의 시장이 앞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경쟁 플랫폼인 인터넷(IP)TV가 무선통신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들마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케이블TV 인수전에는 IPTV와 케이블TV가 겨루는 양상이었고,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것이 판세에 유리하다고 보고 사업자들이 베팅을 했다"며 "다만 OTT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판세 변화가 두드러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케이블TV가 고전한 가운데 OTT는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구독자 2억6028만명을 기록하며 최대 수치를 썼습니다. 국내에서도 월평균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빅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월평균 이용자는 1177만148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티빙은 월평균 이용자 506만2274명을, 쿠팡플레이는 492만6755명을 기록했는데요. 티빙은 전년 대비 21.1%, 쿠팡플레이는 34.3%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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