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설 민심…여야는 '아전인수' 해석

"민생 챙겨라" 민심에도…국힘·민주, '네 탓 공방'
국힘 "한동훈 기대감 크다"…민주 "윤과 한통속"

입력 : 2024-02-12 오후 5:41:2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각각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신태현 기자] 설 연휴 기간 여야가 공통적으로 꼽은 민심의 화두는 '민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석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민생고'로 설 민심이 매서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 '네 탓 공방'에 나섰습니다. "싸움 좀 그만하고 경제와 민생을 챙기라"는 게 이번 설 민심의 핵심이었지만, 여야는 여전히 이전투구식 정쟁을 일삼기 바빴습니다. 민생고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린 여야는 상대 당에 대한 심판론을 각각 제기했습니다.
 
12일 본지는 설 연휴 기간 전국 각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설 밥상머리에는 물가와 부동산, 대출, 연금, 노후 등 민생·경제 관련 문제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특히 침체된 경기 속에 고물가·고금리로 먹고살기 팍팍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세대별로 보면 30대와 40대는 주택 마련에 따른 대출 이자, 50대와 60대는 치솟는 물가 걱정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호남 지역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은 "이번 설에 친구 결혼을 앞두고 집을 구한 것과 대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또 강원 지역에 사는 한 60대 여성은 "설에 고물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윤재옥, 명품가방 논란에 "총선용 몰카 공작"
 
여야도 설 밥상머리 민심으로 현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전했지만, 민생고에 대한 원인을 놓고선 상대 당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 밥상에 오른 민심의 소리는 민생"이라며 국민이 민생을 외면한 야당의 입법 독주에 엄중히 경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새로운 정책이나 비전 제시 없이 대선 패배를 놓고 '친명'(친이재명), '반명'(반이재명) 책임론 공방만 난무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야당이 입법 폭주와 정쟁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야당을 심판해 운동권 세력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총선 민심 교란용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총선 민심 교란용 몰카 공작을 선거용으로 욱여넣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제1야당 수준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대다수"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의 다른 지도부 인사들도 공히 설 민심이 민생에 있다고 전하면서도 지역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인천 지역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과 관련해 우리 당(국민의힘)에 훈풍이 좀 불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지역에서) 한 위원장이 힘 있게 치고 나가는데, 한 번 기대를 걸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원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한 위원장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한 위원장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설날인 지난 10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민주당 "김건희 리스크에 분노"…정권 심판론
 
반면 민주당은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반박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4월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을 멈춰 세우고 경제와 민생을 살려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설 현장에서 마주친 민심은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과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상실감"이라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데도 민심을 거스르며 독선과 오만을 고집하는 정권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이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정권의 어용방송으로 전락한 KBS를 통해 곤란함을 모면하려 했지만 오히려 국민 공분만 키웠다"며 "여기에 진솔한 말씀이라고 아부한 한 위원장까지 한통속으로 질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광주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엄청난 물가 때문에 이번에 설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경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일을 잘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민생고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민생 악화에 대한 책임을 현 정부에 돌리며 "윤석열정부 국정 파행에 대해서 반드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3지대 신당의 등장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박주용·신태현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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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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