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서울-지방시대 '양립?'…당정 또 엇박자

윤 대통령, '수도권 집중' 경계…'지방시대 3대 민생패키지' 발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재차 약속…총선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까지

입력 : 2024-02-13 오후 5:36:29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한 번째,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이 사실상 폐기됐던 이른바 '메가 서울' 공약을 다시 꺼내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경쟁이 심각한 저출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시대 3대 민생패키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정주 여건 개선에 영향을 주는 일자리와 인재, 생활 환경을 연계해 국민이 진정한 지방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키는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구상과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를 주제로 주재한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지역 균형 발전으로 합계 출산율 1.0(명)을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인 국정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민생토론회가 열린 건 처음입니다.
 
국힘 '메가 서울' 다시 꺼내자…윤 대통령 "지방시대"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과반(약 2700만명)이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을 언급하며 "쉽게 말해서 운동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축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역이 스스로 비교 우위에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적극 밀어줌으로써 전 국토를 빠짐없이 활용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고 국민의 후생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방시대를 열어갈 가장 중요한 한 축이 이곳 부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산을 남부권 중심축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산업은행 이전,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등 지역 현안 사업들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마친 뒤 부산 동래시장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12월6일 부산 국제시장 일원을 방문한 지 2개월여 만에 부산 지역 전통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시대'는 국민의힘이 띄우고 있는 '메가 서울' 구상과는 양립이 불가능한 의제입니다. 서울에 인접한 경기 지역의 서울 편입을 통한 '메가 서울' 구상은 서울 집중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서울-부산을 양극체제로 천지개혁을 시켜야 한다"며 서울의 역할도 부각했지만, 이번 민생토론회의 전반적인 방점은 지역균형발전에 찍혀 있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구상은 지난해 11월부터 김기현 전 대표 주도로 추진됐다가 동력을 잃었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서울과 인접한 김포, 하남, 구리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다시 공론화시켰습니다. 이어 한 위원장은 3일 김포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을 부각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나누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김포검단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김포-서울 통합 GTX-D 노선안 환영 시민대회'에 참석해 김포-서울 통합 염원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서형배 김검연대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개월 만에 또 양립불가 의제…'정책 혼선' 가중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추진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더욱 비대해지면서 지방시대가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수도권 억제 정책을 시행해 오면서 서울 인구가 경기·충청·강원권으로 조금씩 옮겨왔는데, 이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초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때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그 합이 바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국민의힘은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을 본격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역발전을 말하는데, 여당에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비대화를 추진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정의 정책이 엇박자가 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2년 7월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제대로 된 당정 협의도 없이 정부가 추진해 정책의 혼선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1월 '비동의 간음죄'를 둘러싼 당정 간 불협화음도 논란이 됐습니다.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제 개편안 발표에 대해서도 당시 여당은 해당 부처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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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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