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처음 만난 건 그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문제 관련 전문연구원으로 있던 2010년쯤이었습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남북 관계 현장까지 경험하고 나온 뒤 연구에 매진하던 때였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 자신의 성동을 지역구에 불출마하면서 대신 그를 추천했습니다. 불과 선거운동 21일 만에 당선됐고, 그 이후 20대와 21대 총선에 내리 당선하면서 지난 해에는 압도적 제1당의 국회 전략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까지 맡았습니다.
그런 그가 올해 4월 총선은, 3선까지 한 중구·성동구갑이 아니라 민주당이 역대 단 한 번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서초을구로 출마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국민의힘도 이전과 달리 긴장하고 있다는데 실제 당선 가능성은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가 서초을에서 성공한다면, 이번 총선의 최대 토픽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홍 원내대표와 이런 얘기를 길게 하기에는, 민주당의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 상황이 너무 긴박했습니다. 언제나처럼 해사한 얼굴이었지만 긴장감이 역력했습니다. 전날 의원 총회에서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했던 그는 22일 인터뷰 직전 주재한 정책조정회의에서는 "하나가 돼도 모자란 시점에 민주당이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있어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국민들께 사과했습니다
공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여론조사 문제'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사건 해결의 방법은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 퇴조 논란에 대해서는 "약간 희석됐지만 절대적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며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우리 당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공천은 조용한 것 같다는 질문에는 "우리가 먼저 매를 맞는 과정이고 이후에 국민의힘도 그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서초을 총선출마자 재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가 출마하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한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천) 기준에 따라 여러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다음은 홍 원내대표와 나눈 문답 요약입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논란으로 밀실·사천 논란이 증폭될 수 있기 대문에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건 해결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16일 기사에 한 국민의힘 관계자가 "홍 원내대표가 그동안 지역 활동을 열심히 잘한 걸로 안다"고 했더군요. 이례적인데, 1월 12일 출마 발표 이전부터 서초에서 지역활동을 했던 건가요.
지난 2022년 7월에 지역위원장 공모할 때 서초을에 신청해서 그해 9월, 10월부터 활동해 왔어요. (2012년에)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서초에 살았고 제가 근무하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염곡동에 있었었습니다. 아내는 서초에서 중고등학교도 나오고 30년을 살았고, 아이들도 제가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는 서초에서 학교를 다녔죠.
"김건희 특검, 이번에 털지 않으면 윤 대통령 퇴임 후 논란 불가피"
-좀 전에 쌍특검법안(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오는 29일에 재표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명품백 수수 사건으로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는데요, 가결이 가능할까요.
개인적으로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고, 이탈표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럼에도 총선을 앞두고 절차적으로 더 이상 끌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가결을 호소하고 노력해 갈 생각입니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는데요.
상대의 분열을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 '공천에서 탈락하면 도와달라'라는 식의 접근도 하지 않았습니다. 원칙과 가치를 가지고 호소하는 거죠. 국민 여론도 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를 위해 이 문제들에 대해 한 번은 털고 가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 퇴임 이후에 정권이 바뀌었을 때 국정조사라든지 수사로 분명 논란이 생길 겁니다.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오면 물론이겠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해도 재수사와 국정조사는 불가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논란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현직일 때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윤 대통령 자신에게도 좋고, 우리 사회에도 좋다는 겁니다.
"해당 여론조사, 어느 단위에서 어떤 목적으로 진행했는지 공개 필요"
-민주당의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언론 용어로 '파동' 수준까지 온 건가요?
파동이라는 표현은 과한 것 같네요. 의원님들의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당 지도부나 중앙당 차원의 잘못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점은 사과하고 바로잡으면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봐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해서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공당이 할 수 있는 책임있는 사태 수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21일)의원 총회에서도 그 문제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일단은 해당 여론조사를 당이 어느 단위에서 어떤 목적으로, 누가 중심이 돼서 진행했는지 밝혀야 되는 거죠. 당은 총선 전략이나 공천 관리 차원에서 이런 여론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느 단위에서 결정했고, 어떤 과정으로 한 것인지를 공개해 주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설명하면 이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사실과 다르게 ‘밀실’, ‘사천’ 같은 의혹이 증폭되기 때문에 저는 가장 중요한 사건 해결의 방법은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48일 앞둔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분위기입니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바뀌면서 이렇게 됐다는 건데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1월까지만 해도 우리 당이 (지지율에서) 조금 더 앞섰고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압도적이었는데 비해, 현재는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강도가 약해진 것은 맞습니다. 정당 지지율도 한 달 전에 비해 나쁜 상황이 된 게 사실이죠. 윤석열정권 심판론이 약간 희석됐지만 절대적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우리 당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정권 심판론'이 약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첫 번째로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우면서 총선 구도를 정권 심판론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표로 성격을 바꾸려 한 노력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전략을 일관되게 끌고 가야하는데 오히려 끌려다니고 있죠. 또 최근 공천 과정을 둘러싼 내부 잡음과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민주당에 대해 기대를 내려놓는 분들이 생긴 영향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민주당은 현재도 제1당이고, 대통령을 세 분이나 배출한 정당이에요. 정당에는 늘 위기와 갈등, 분열의 요소가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잘 통합해내고 조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당의 역량입니다. 민주당은 충분히 그런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할 수 있는 각오로, 민주당 지도부부터 그런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천 논란, 우리가 먼저 매 맞는 과정…국민의힘도 이어질 것“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공천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보통 여당의 공천은 조용합니다. 여당은 현역에서 빠진 사람들에게 정부기관이나 여러 자리를 안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논란이 될 만한 지역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았어요. 또 상대적으로 여론의 포커스가 우리 당에 맞춰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있는 거죠. 우리 당이 매를 먼저 맞는 과정인 것이고 국민의힘에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부산 지역 공천 이후 당사 앞에서 농성하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 당에 현역이 많고, 현역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기때문에 현역이 아닌 분들의 탈락보다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겁니다.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세력은 민주당 뿐입니다"라고 했습니다만, 이에 대한 의심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권을 내준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사실과 데이터를 보면 (대안 세력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ICT 강국, 반도체 강국으로 오는 길을 연 건 김대중정부입니다. 사회복지의 문을 실질적으로 연 것도 김대중정부고요. 한반도 평화도 김대중정부에서 시작해 노무현·문재인정부로 이어졌죠. 코로나 19때 문재인정부가 재정 적자를 키웠다고 하는데 코로나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평가예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정부가 재정 상황이 제일 덜 나빠진 것을 볼 때 효과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코로나 위기를 빠르게 잘 넘긴 정부는 역시 문재인정부입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의 경제 실적과 외교안보 실적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는지 분명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자신이 주도하는 신당에 대해 "범야권의 (지지율)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범야권의 파이를 키운다는 것에 의문이 드네요. 조국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신당은 야권 지지층에서도 조금 더 강성 그룹들이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검찰 개혁에 관심이 있고 윤석열정부와 강도 높게 싸워야 한다는 분들이 지지층이기 때문에 야권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한 축을 견고하게 한다는 것이 맞겠죠.
그런 측면에서 당연히 우리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야권의 지지율이 빠져서 여권으로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이번 총선을 여러 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민주당의 선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후퇴, 민생경제 파탄 문제가 달려 있어요. 또 한반도 평화 등의 큰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는 거죠.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민주당 차원을 넘어 역사적 큰 과오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총선 승
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헌신할 수 있는 각오로, 민주당 지도부부터 그런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황방열 선임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