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연초부터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업계는 주류 주요 수요층으로 급부상한 MZ(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해 증류식 소주 신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등 변화하는 소주 트렌드에 맞춰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인데요.
소주 시장의 주요 타깃이 기존 중장년층에서 젊은 수요층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입니다.
5일 국세청 주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4905㎘로 전년(2480㎘)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2022년 출고금액은 약 1412억원으로 전년(646억원)의 2배를 넘어섰습니다. 업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작년의 경우 2022년 수준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증류식 소주의 인기는 소주 업계 트렌드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과거 소주는 중장년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서민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혼자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확산하고 소주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고급 증류식 소주가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증류식 소주의 인기는 연예인들의 주류 시장 진출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래퍼 박재범이 지난 2022년 2월 출시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는 당시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에도 불구, 출시 2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650만병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아울러 최근 가수 성시경이 본인 이름을 딴 막걸리 '경막걸리'를 론칭한 데 이어 증류식 소주 '경소주'도 선보이겠다고 밝혀 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주류업계 역시 증류식 소주 신제품 출시를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새로운 증류식 소주 '여울'을 출시했는데요.
'입안에 흐르는 향긋한 여운'을 콘셉트로 한 여울은 국산 효모와 국(麴)을 사용했고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증류하는 감압증류법을 적용해 깊은 맛을 내고 병입 전 0℃ 냉동 여과를 했다는 것이 롯데 측 설명입니다.
한편 소주 시장의 저도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며 제품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췄는데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화 트렌드로 소비자의 도수 선호도가 하향된 점을 주목했다"며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테스트와 분석을 진행해 16도의 주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주 업계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기존 중장년층보다는 젊은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소주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