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불황 길어지자...LG화학, 다시 물적분할 검토

NCC 매각 난항에 화학사업 분할로
LG에너지솔루션 분할 때완 달라
성숙사업 분할, 이중상장 우려 덜해
물적분할 시 반대매수청구는 걸림돌

입력 : 2024-03-07 오전 11:21:24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NCC(납사크래커) 매각 난항 중인 LG화학이 관련 사업의 물적분할을 검토 중입니다. 업황이 장기 침체되자 애물단지 된 화학사업을 떼어내는 방안입니다. 예전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할 땐 이중상장 반발이 컸지만 이번엔 그럴 우려는 덜합니다. 다만 매각이 힘든 만큼 신규 투자유치도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NCC 매각을 추진해왔던 LG화학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화학사업 자체를 분할하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G화학으로선 한번 홍역을 치렀던 물적분할 방식입니다. 분할 후엔 지분 일부를 팔아 사업리스크를 줄일 방침입니다. 현재 한화솔루션 아래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홀딩스가 NCC업체인 한화토탈 지분을 공유하는 형태가 그려집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직 준비 단계”라며 “협상은 어그러질 수 있는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할 때완 사정이 다릅니다. 유망 배터리사업과 달리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중 성숙사업인 화학을 분할합니다. 재상장을 통해 이중상장구조가 될 염려도 약합니다. 이에 주주 반대는 적을 듯하지만 전과 달리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이 생긴 것은 걸림돌입니다. 분할에 따른 비용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이 생긴 뒤 물적분할 건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작년 물적분할 상장사 수가 19개로 전년 35개에서 45.7%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의 쌀’인 에틸렌을 만드는 NCC는 산업 순위를 가르는 지표가 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LG화학이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것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물량공세가 강점인 중국 로컬기업들이 성장해 점유율 싸움이 힘을 잃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효성화학도 특수가스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산업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롯데케미칼 역시 말레이시아에 있는 NCC(LC타이탄)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NCC업계가 가동률을 조정해온 노력으로 에틸렌 시황은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세를 보입니다. 여전히 수요는 둔하지만 공급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이유로 수급에 긴축감도 생겼습니다. 일시 정지됐던 공장은 이미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선 수요가 회복되는 신호도 감지됩니다. 업황이 반등될 기점이라면 LG화학도 협상에 유리해집니다.
 
한편, LG화학, 롯데케미칼 등과 다르게 금호석유화학은 비교적 양호한 영업환경이 부각됩니다. 합성고무 시세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탄력받는 양상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보유 자사주 중 50%를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를 추가 이익소각(매입 직후 소각)하기로 하는 등 ‘밸류업’에 지출할 여유도 보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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