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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8일 18: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섰다. 새로운 회계제도에서 자기자본이 저하된 만큼 K-ICS 개선을 위한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는 지급여력 회복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대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고금리 적용 예상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사채를 발행한다. 수요예측 공모희망금리는 6.0%에서 6.8% 수준으로 결정됐으며, 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을 최대 10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청약기일은 오는 15일로 예정됐다. 상환기일은 2034년 3월로 만기 10년물이다. 발행 후 5년 시점을 중도상환 콜옵션으로 설정했다.
(사진=증권신고서)
푸본현대생명의 회사채 발행 신용등급은 지난달 21일 평가 기준으로 NICE신용평가 A+,
한국기업평가(034950) A0 등급으로 나타난다. 수요예측 흥행 전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채권 발행에 앞서 NICE신용평가가 푸본현대생명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채권 발행에 대한 시장 평가가 비우호적이란 점도 중요하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A- 등급인
롯데손해보험(000400)의 경우 지난달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수요예측 당시 롯데손해보험은 공모 희망금액의 60%에 해당하는 480억원 규모 주문만 들어왔다.
수요예측에서 실제 미매각이 발생하게 되면 인수인인 증권사가 해당 물량을 떠안게 된다. 푸본현대생명의 이번 채권 발행에서 인수인은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인수 수량은 각각 250억원으로 설정해뒀다.
수요에측 결과가 부진할 경우 발행금리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실적이 저조한 푸본현대생명 입장에서 고금리 적용에 따른 이자비용은 부담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험손익 -121억원, 투자손익 -245억원(당기순이익 -337억원)으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K-ICS 비율 여전히 과제…“고금리 장기화로 불확실”
채권 발행 목적은 지급여력을 뜻하는 K-ICS 비율 제고다. 푸본현대생명은 K-ICS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63.8%다. 가용자본인 지급여력금액이 1조6582억원이며 요구자본인 지급여력기준금액이 1조127억원으로 파악된다. 최대 발행금액인 1000억원을 가정하고 계산하면 K-ICS 비율이 약 9.9%p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본현대생명 측은 “주된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고, 사채 발행을 통해 K-ICS 비율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환경 변화 등 각종 리스크 요인에 대비할 것”이라면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해 재도약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확충된 자금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정책과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를 위한 운용전략에 따라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 대출, 단기금융상품 운용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8840억원이다. 모기업인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39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받으면서 자기자본을 크게 확충했다. 다만 이는 전년도인 2022년 1조237억원(IFRS4·IAS39 회계 기준) 보다 낮은 수준인데, IFRS17과 IFRS9 회계 기준으로 변경되면서 자본이 4738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퇴직연금(특별계정)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자산듀레이션이 부채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된 영향이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 자산에서 장부가치 하락이 부채보다 더 크게 나타나 자기자본이 감소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한울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향후 시중금리 수준이 낮아질 경우 하락한 자기자본 비율이 소폭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고금리 시대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거시적 경제 요인 등을 고려할 때 회복을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푸본현대생명 입장에서 올해도 K-ICS 비율 개선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 푸본현대생명의 K-ICS 비율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가 적용된 수치인 만큼 실질적인 자본력을 키우려면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도 비율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업인 대만 푸본생명의 지원이 적극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자본적정성 유지를 위한 긍정적 요인이다. 올해도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행될 경우 자본력과 K-ICS 비율이 큰 폭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유상증자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