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물가상승 주범으로 꼽히는 과일 값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수급을 늘리기 위해 사과 수입까지 공언했지만 현실적 벽에 부딪히면서 인하 시기조차 기약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오히려 사과 값이 농산물 가격을 자극하는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현상이 물가상승을 재촉할 우려마저 더해집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사과(10개)의 전국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소폭 상승(89원)한 3만9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고값은 4만3300원을 찍었습니다. 배(10개)의 전국 평균가격도 4만2808원을 기록했으며, 최고값은 6만9900원으로 올라섰습니다. 그야말로 '금값'이 됐습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사과(10개)의 전국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소폭 상승(89원)한 3만97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71% 치솟은 '금사과'…대체 과일도 폭등
일주일 전인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사과(10개)의 전국 평균가격은 2만9698원이었습니다. 1개월 전 전국 평균가격은 2만7231원이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2만3063원의 평균가격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3만원대로 앞단위를 달리하게 됐습니다. 배 전국 평균가격도 1개월 전까지만 해도 3만4241원이었으나 일주일 전인 5일에는 4만3179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어 12일에는 4만2808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사과·배 등 과일 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중입니다. 지난달 과일 물가 상승률(41.2%)은 1991년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해당 격차는 과일 물가 첫 통계가 잡힌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큰 수준입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달 신선과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2%를 기록했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8.7%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1% 올랐습니다. 사과와 같은 일부 과일 가격의 급등은 대체 과일 수요의 급증세로 이어지면서 등 귤과 토마토 등 다른 과일 값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귤 가격 상승률을 보면 전년 동월과 비교해 78.1%나 뛰었습니다. 배는 61.1% 상승했으며, 딸기도 23.3%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일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사과·배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입 사과'로 과일값 진정?…현실적 벽에 막혀
사과 가격은 상반기까지 강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햇사과 출하 전까지는 '금사과'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에 정부는 사과 값이 농산물 가격을 자극하는 '애플레이션'을 우려해 가격안정 방안 중 하나로 '사과 수입'을 공언했지만, 이조차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현재 정부는 독일·일본·미국 등 총 11개 국가와 사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총 8단계 수입위험분석 검역 절차 중 진도가 가장 빠르게 나간 국가는 일본입니다. 일본산 사과의 경우 5단계(위험관리방안 작성)까지 진행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5단계 협의 과정에서 특정 병해충에 대한 위험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특정 과실파리 관리 예방·방안 마련)이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입니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근거해 총 8단계로 이뤄집니다. 생과실·열매채소 등은 원칙적으로 수입이 금지되지만,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 병해충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면 수입이 가능해집니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수출국이 요청한 다수의 품목 중 양국 간 협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부여해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기존 수입이 허용된 과실류 등 76건의 사례를 보면,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8년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사과' 현상을 수입 사과로 막겠다는 정부 대책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결국 정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과 수입 대신 배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부터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이조차도 실현 시기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식물방역법' 및 같은 법 시행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며 "분석절차 성격상 단계별 검토를 마쳐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단계를 간소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